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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험담 : 고우익(능인고등학교 교법사)

기자명 고우익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1977년 쯤으로 기억한다. 군종법사로 대구에 근무할 때 수요법회를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한사람이라도 더 부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올곧은 신심으로 뛰다보니 90cc 오토바이는 쉴 새가 없었다.

수요 저녁 법회는 사병 중심의 다소 가족적인 모임이었다. 그래서 어떤면에서는 일요법회보다 오히려 친근감이 있고 병사들과 진지한 이야기를나누며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진한 외로움과 고단함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히 귀가 시간이 늦어져 아홉시가 넘어서야 오토바이는 위병소를통과할수 있었다.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푹하고 무엇엔가 부딪치는소리와 함께의식을 잃었다. 대구 경산 간의 담티고개라는 언덕이 있는데한참 길을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길 옆에는 군데 군데 모래 자갈 등의 골재를 쌓아 놓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 길은 경사가 심한데다 속력을 많이 놓기로 유명하였다. 시립화장장도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끔 독경차 방문하게 되는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길이었다.

얼마가 흘렀을까. 나는 그저 끝도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주위에는뿌연 안개가 가득 차 있었던 생각이 난다. 이상하게 슬픈 생각으로 안개속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흰 옷을 입은 귀 부인이 보였다. 그 귀부인은나를 마치 어린 아이처럼 취급하면서 `이리 가면 안되는데…'라고 하였다.

나는 갑자기 그 귀부인이 어머니같이 느껴져서 무조건 의지하고 싶고매달리고 싶었다. 그 부인은 나에게 흰 보자기에 싼 책보따리같은 것을주며 `이것을 갖고 저쪽으로 가거라'하였다. 가라는 곳을 바라보니 안개도없고 길도 쭉 뻗어 있었다.

나는 보따리를 받아 들고 `어떻게 갑니까'하고물어보려니 그 귀부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순간 살포시 정신이들며 눈을 떴다. 택시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정신이혼미해졌다. 통합병원으로 실려와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병원장님의 배려로머리 사진을 찍고 검사를 하였으나 별 이상이 없었다. 안경이 깨지고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머리에 이상이 없다고하니 천만 다행이었다.

특히 나중에 알고보니 앞에서 마주 오던 택시의조명에 눈이 부시어 잠시 우측으로 피한다는 것이 길에 쌓인 자갈더미에오토바이를 들이박고 약 5m쯤 공중잡이로 나뒹그러져 있었는데 그 밤중에차에 치지않은 것도 다행이고 지나가는 택시가 승객과 협력하여 쓰러진나를 싣고 그 승객은 처박힌 오토바이를 자기가타고 뒤따라와 군병원에인계한 것이다. 신분도 밝히지 않고 나를 구해준 택시기사님과 승객에게고마움의 합장을 드리며 꿈 속의 귀부인은 그토록 내가 찾던 `관세음보살'님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근무하던 군법당에 본존불로 관음상을 모셨으며 법당터를 잡아주신 월산큰스님이 금닭이 알을 품는 형상이라 하셨으니 어찌 가피가 없으랴.


고우익(능인고등학교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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