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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용어 바르게 압시다-투기(投機)

기자명 박경훈

스승의 '기(機)'로써 확인의 '기(機)'에 투합하는 것

말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새로 생기고 죽고 한다. 또 되살아 나기도 한다. 혹은 본래의 뜻은 사라지고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말도 있다. 그 중에 `투기(投機)'라고 하는 말이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이 말은 지금은 경제용어로 쓰이지만 본래는 선(禪)의 용어이다. 지금도선적(禪籍)이나 선사(禪師)들 사이에서는 본래의 뜻으로 살아 있다.

그러나 때때로 선사들 사이에서도 본래의 뜻을 떠나 사용하는 예가 많다.그 한 예로, 어느 선사(禪師)가 법문 중에 “요즘 교계에는 투기(投機)꾼이 많다”고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희승의 국어사전에는 `투기'라는 말을 `시가(市價)의 변동을 예기하고그 차익(差益)을 얻기 위하여 행하는 매매 거래'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또 `기회를 엿보아 큰 이익을 보려는 짓. 곧 불확실한 이익을 예상하여 행하는 사행적 행위(射倖的 行爲)'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보듯이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투기'는 큰 이익을 노리고 행하는 매매를 두고하는 말이 되었다.

이러한 투기에는 반드시 손실(損失)의 위험이 따르지만 투기를 하는 사람은 요행을 바란다. 오히려 실패가 확실해지기까지는 요행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 스님이 말하는 `투기꾼'은 요행을 바라고 경제적인 투기를 하는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질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의 가격변동이 심해 예측할 수 없는 기운(氣運 ·상황)의 변화를 기회(機)라고 생각하거나 가격변동의 기회(機)를 예견해서 그 예견이 기회와투합(投合)하는 것을 경제에서는 투기라고 한다. 그러나 벽암록(碧巖錄)에의하면 투기(投機)는 스승의 `기(機)'로써 학인의 `기(機)'에 투합(投合)하는 것이다.

이 `기(機)'라고 하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용법(用法)에 따라서 의미도 달라지나 `마음의 움직임' `능력'을 가리키는 점은 공통되어 있다. 따라서 투기는 스승의 격발(擊發)로 제자의 마음이 열리고 능력이 개발되어 서로 감응(感應)이 일고 도(道)가 교합(交合)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같이 좋은 뜻을 가진 말이 지금은 부정적인 말로 통용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참고로 벽암록(26측)을 인용해 둔다.
“다행히 백장(百丈)의 정문(頂門)에는 눈이 있고 약방문(藥方文)이 있어서 사천하(四天下)를 비추어 깨뜨리고 상대방의 수완을 깊이 판단한다. …이 학승(學僧), 기(機)로써 (스승의 능력)에 `투기'해서 … ”라고 하였다.


박경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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