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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교정인 민찬수씨

기자명 박연진

거칠고 왜곡된 마음에 불심을

지난 5월 22일 제16회 교정대상 성실상을 수상한 민찬수씨. 그는 다소 겸연쩍은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수상소감을 밝히는데 있어 사뭇 당당했다. 으례적으로라도 한번쯤 손사래를 칠 법도 하지만 그는 크게 들뜨지 않은 기쁨으로 이 큰 상을 받아들였다.

“기쁘죠. 하지만 달리 좋은 건 아닙니다. 3개월 일찍 1계급 특진했다고,그리고 무슨 명예를 얻어서가 아니예요. 다만 저와 함께 했던 교정인들 특히 불자교정인연합회 회원들에게 작은 격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그만큼 열심히 생활해왔거든요”

그는 상을 받으면서 가슴을 한번 쭉 펴보았다. 부처님만 믿고 부처님 말씀대로 반듯한 걸음을 지어온 끝에 받은 상이기에. 부처님! 이 상패를 보고계십니까? 하고 아이처럼 자랑도 해보는 것이다.

교정인(矯正人) 대상 성실상. 사실 이 상이 어떤 상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교정인이라는 직업조차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교도소 교도관하면쉽게 이해된다. 세상 외진 곳을 어루만지는 일이라 그렇듯 티도 안나고 소문도 안나는 탓이리라. 그리고 햇볕하나 들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곳 ,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나올 것 같이 두려운 곳, 그 척박한 땅에 햇볕을 드리우고 푸릇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바로 교정인이다. 특히 재소자들에게드리워져있는 암울한 기억의 차양을 거두는 것이 그 첫번째 임무이고 가장어려운 임무인데, 민찬수씨는 그 역할을 기꺼이 성심으로 해왔다. 그러나 이번 교정대상 수상은 그동안 맺은 수많은 결실에 비하면 아주 작고 소박한결실에 불과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주렁주렁 영근 보람찬 결실들에 비하면 더우기 그러하다.

그는 엄격한 교정인이다. 재소자들을 교정하려면 교정인들 스스로 바른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스스로에게 까다롭다. 자연 동료들까지도쉬이 허물을 지을 수가 없다. 하물며 재소자들에겐 더욱 더 엄격하다. 좋은일 하는 사람이면 의례 마음도 무르겠거니 해서 쉽게 가식적으로 접근하는이들은 한두번씩 매섭게 몰아쳐지곤 했다. 그는 가벼운 동정 보다는 틀린것은 끝까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보다 책임있는 태도라고 여긴다. “교도관 생활 20년 중에 손을 쓴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거친 말도 가끔 한두번 써봤을 뿐입니다. 바른 지적, 바른 행동 이상 힘있는 교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도 같이 공부 ·수행하는거예요.”

종교교육, 불우수용자 가족돕기, 수용자 공부시키기, 취업알선사업 그가그동안 주력해온 일들이다. 그는 이 모든 일들이 교도소 교사에게 주어진일이라고 설명한다. - 재소자 교정교화 -라는 임무를 나름대로 그렇게 폭넓게 해석하고 실천해왔던 것이다. 재소자들의 교육을 담당할 때면 그저 몇권의 책이나 던져주고 말 수도 있지만, 그는 직접 출판사나 학원등지를 돌면서 좀더 좋은 서적을 찾으러 다녔다. 그리고 독지가들을 찾아가 보다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최대한의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그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안양교도소에 있을 때에는 교도소내에 직접 도서관을 만들고, 나중에는도서대학을 개설해서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게 순조롭지만은 않았는데, 특히 그를 제일 맥빠지게 하는 건 재소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이다. 간혹메아리처럼 크게 대답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처음 며칠만 반짝하다이내 뒤쳐지곤 했다. 그는 그런 그들을 몇번씩 달래고 얼르면서 다시 학업의 현장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그는 최고의 대학 입학률을 자랑하는 교도소교사가 되었다.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공부가 좋다고 무조건 공부만 시킬 수는없습니다. 그래 먼저 한명 한명을 찬찬히 살피고 그 사람의 성향을 알아내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공부가 어울리겠다 싶은 친구들에게는 공부를, 손재주가 많은 친구들은 기술을 그것도 분야별로 선정해서 권유하죠. 그러면 처음에는 몇번 삐딱하지만 나중에는 마음들 잡더라구요.”

교도소 내에서 이끄는 것은 보람도 크고 결실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의 세상 나들이였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 세상은 그들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 취업의 길은 험난했고, 따놓은 학력과 자격증은 의미없는 종이조각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손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는 같이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여 나중에 그의 이름은 여기저기 보증인란에 수없이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보증인으로 나섰던 것이다.

“전과자라고 고용을 안해요. 저도 그분들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취업을 시켜야 하거든요. 그래야 재범을 안하니까. 하는 수 없이 그때부터제가 보증인이 되어 주었죠. 100명 가운데 평균 20명정도가 의를 지켜주면성공이죠.” 형제간에도 보증은 안해주는 세상. 그는 절반도 아닌 5분의 1정도에 만족을 한다. 차가운 배반을 겪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는 믿음이라는 대답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들의 활기찬 미래를 누구보다 기대하는 까닭이다.

“출소할 때 고맙다며 절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늘 이런 말을 합니다. 나한테 인사하러 다시 찾아오지 말아라. 내가 조금이라도 고맙다고 생각되거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라. 세상에 복을 짓는 사람이 되라 … 하구요.”

무심히 다가오고 무심히 떠나가는 수많은 인연들에 그는 지치지 않는다.지칠법도 하고 회의도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럴 수록 집착의 끈을 성글게 풀어간다.

불자교정인연합회일로 그는 한달에 한번꼴로 서울 나들이를 한다. 춘천교도소 불심회 소식도 한보따리 챙겨든다. 모두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그들속에서 바른 교정인의 마음을 배운 탓에 그는 이 모임이 더욱 남다르다.게다가 안양교도소에 재직할 때 선배 교정인과 의기투합해서 직접 창립한모임이기도 하다. 지금의 근무처인 춘천교도소에서 재직하게 된 사연도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전국교도소 가운데 유독 강원지역 교도소에만 불심회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내내 걸렸던 그는 춘천교도소에 지원신청을 했다. 발령이 언제 날지도모르면서 가족들까지 춘천으로 미리 내려보내놓았다. 그러다 마침내 작년 1월에 발령이 났고, 1년남짓 지난 지금 춘천교도소에는 불교방이 아담하게 꾸며지기에 이른 것이다.

“교도소라고는 하지만 우리 불교방만은 교도소라는 걸 잊을 수 있도록단장했습니다. 부처님이 모셔져있고, 깨끗하게 정리를 해놔서 정말 그야말로국립선방같아요. 비록 거칠고 메마른 곳이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만은 늘 푸른 들판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을 열어주는거죠. 부처님 말씀으로요.”

교도소 교사면 8급의 직급으로 그리 높은 자리는 아니다. 위로는 기관장,소장, 청장 등 높은 분들이 많다. 게다가 임무가 임무인만큼 엄격하기가 서릿발 같은 곳이 바로 교도소이다. 그런 곳에서 불자로서의 소신을 다 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교정인으로서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본래의 바른 심성을 찾는데 불교 이상이 어디있겠습니까? 거칠고 왜곡된 재소자들 마음에 불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바로 제 임무인데 …뭐가 걸릴게 있겠습니까?”

그는 불교방에 들어갈 때면 모자를 벗는다. 혹여 모자를 쓰고 있다가 교사입네하는 아상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복도나 길에서 마주칠 때는주저하지 않고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관세음보살”하고 상대방을 불러준다. 서로를 부처로 보는 마음을 그는 그렇게 함께 닦아가고자 한다. 이제 곧 그는 또다시 새로운 교도소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높다란담장. 철창문이 내는 무서운 굉음속에 다사로운 햇살을 한움큼 드리울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만남보다 향기로운 인연의 역사를 일구리라.

취재수첩
그는 자신을 춘천교도소 주지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동안 주지 소임을 맡았던 곳은
어디어디라며 소개도 해주었다.
교도소 주지 - 그에겐 교도소가 부처님 도량이다.
그리고 마음을 닦는 선방이다.
그러니 이 곳을 찾는 인연들에게
불심을 맺어주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주지인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부처님 도량을 여법하게 운영해야 하는 까닭이다.
주지라는 것은
사찰을 떠나지 않고 늘 머물면서
사찰을 돌봐야 하는 소임,
그러고 보면 그만큼 성실한 주지도 없다.
늘 머물면서 그토록 깊이 대중들을 헤아리니.
게다가 매달 나오는 얄팍한 월급봉투
더욱 가볍게 축내면서
불심을 나투는 마음씨 좋은 주지.
언제가 그가 밝히는 인연의 등이 척박한 땅을
온전히 환희 비추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박연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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