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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만남-"엄마, 죽는다는 말은 이제 그만···"

기자명 김태형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엄마 죽는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마세요. 엄마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아세요"

벌써 10여년째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정옥섭(40세)씨는 아들 조세운(부평고 3년) 조세환(부평고 1년)군의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이 돼서 종양제거수술마저 거부한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뇌수술이라는게 아주 위험하고 성공률도 매우 낮다는데 어떻게 어린것들을 두고 수술을 할수 있겠어요. 더구나 수술비는 엄청나다고 하는데"
12년전 남편 조행록씨의 죽음으로 졸지에 가장이 되어야 했던 정옥섭씨는 인근의 플라스틱 공장에서 사출기능공으로 월 4∼50만원의 월급을받으며 두아이를 키워왔다.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다소 무리인 플라스틱 사출기능공으로 어려운살림을 이끌어오던 정씨는 두번에 걸친 사고로 오른손 검지 첫째 마디를 절단당했다.
그러나 손가락 마디 하나의 절단은 정씨에게는 지금에 비하면 정말별 것이 아닌 일이었다. 이미 머리에는 주먹만한 종양덩어리가 고단한 삶의 무게 만큼이나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10년전부터 간혹 머리가 깨지듯 아파오는 통증을 진통제 몇알로 이겨내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겼던 정씨는 지난 6월 6일과 7일 지금가지 겪지못했던 고통과 함께 졸도를 하고 말았다. 큰아들 세운군의등에 업혀 부천 대성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정씨는 진료비가 없어 정확한 병명도 모른채 일주일을 죽음과 같은 고통과 씨름해야했다.

결국 세환군의 외삼촌의 도움으로 정밀진단을 받게됐고 결과는 `뇌종양'이라는 것이었다. 현재 약물치료로 하루하루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정씨는 한참 먹어야할 두아이에게 지난 한달동안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는것에 가슴이 메어질 따름이다.

어려운 가정사정과 갑작스런 어머니의 발병은 사춘기를 맞은 세운 세환 형제에겐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남들은 대학입시 준비로 코피를 흘려가며 밤새워 공부를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의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세운이에게는 그러한 일들이 너무나도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세운군에게는 이러한 고통외에 신경성위장장애와 척추디스크 증세로2중, 3중의 고통을 겪어야하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더더욱 남의일로만 느껴지고 있다.

더욱이 동생 세환군은 지난 4월 다리뼈 이상으로 골반뼈를 다리로 이식해야하는 대수술을 받은 현실에서 지금 세운군에게 닥친 고통의 나날은 10대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 그 자체다.

그래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동생 세환군도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어깨가 축 늘어진다.

방과후 병원으로 달려가 어머니 병간호를 하고 또다시 지친 몸을 추스려 학교갈 준비를 하고…, "형도 어머니도 아픈 지금 나만이 유일하게 멀쩡합니다. 학교를 포기하고 가족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어요"

그래도 이 가정에 있어서 유일한 위안이 되는 것은 두터운 신앙심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신학대학에 진학해 선교사로서 활약하고 싶다는세운, 세환형제는 그동안 자신들의 어려움을 자기일처럼 도와준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이웃들의 온정에 꼭 보답하겠다며 입술을 굳게 깨문다.

세운, 세환, 형제의 어려운 사정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부평고학생회(회장 김태윤)를 중심으로 이들 형제 돕기에 나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세환이의 담임선생인 김규민선생은 "세환이는 착한 학생의 전형"이라며 "독실한 신앙생활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며 두학생의 올바른성장을 위해서는 종교를 초월한 사회 각계각층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운이의 담임선생인 유오연선생은 "세환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것 자체가 미안하게 생각될때가 많다"며 이들이 생의 의욕을 잃지 않도록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면 이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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