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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육 이대로 좋은가-새로운 방향모색을 위하여 5

기자명 김인걸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세계화에 역행하는 7차 교육개혁안

역사교육 강화는 세계적 추세, 실용교육 뒷받침할 인문교육 필수 새 개혁안, 인지발달·교과간 연계성 갖춘 교과서 개발 수용바람직 국사의 선택과목 전환 교육 포기 의미, 실시도 구조적 어려움


현재 국사교육에 주어진 일차적 과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7차교육과정(안)을 곧바로 수정하여 올바른 민족사교육, 균형잡힌 역사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금까지 중고등학교에서 독립 필수과목이었던 `국사'를`실과'로 대체하고 국사는 사회과에 통합시키며, 고등학교 2, 3학년생에 한해 8개 영역가운데 하나인 `인문'영역의 일부로 들어있는 역사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안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필수과목을 줄이고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참신성을 가진 것이긴 하나, 그 실행이 현재 고등학교의 여건으로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바람직한 인재를 키워낸다고 하는 교육목표에도 배치되는 커다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인문영역의 역사분야에 포함할 수 있는 과목으로 예시한 것만도 `국사역사 세계사 유럽사 미국사 중국사 근대사 현대사'등 매우 다양한데 이같은과목을 가르칠 담당교사나 교실의 수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우기 이들 여러 과목 가운데 하나로 국사를 선택하도록 한 것은 세계화 시대에 필수적인 자기 정체성 확립의 기초라 할 국사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 밑에 세계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는 정부가 국사과목을 사회과에 다시 통합시키고 필수에서선택으로 돌린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정보화 세계화시대에는실용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문학적 토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자기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해온 국사과목을 경시한 이번 조치는 정부의 세계화라는 정책목표와도 모순되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개정안을 바라보는 관련 교사나 학자들은 크게 두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나는 그간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줄곧 문제시 되어온 사회과통합안을 왜 굳이 강행하려 하는가 하는 점과, 다른 하나는 국사교육 나아가 역사교육이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그것을 축소시키려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같은 지적은 결국위 안이 관련 교사나 학자들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만들어져서 결과적으로 창조적이고 개성있는 인간을 양성하여 세계화시대에 대처한다는 정부의 의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순된 것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국민기본교육과정에서 `도덕'이나 `실과'등을 새롭게 필수과목으로 정하면서, 역으로 지금까지 필수교과로 있던 `국사'를 제외시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국사가 원래(미군정의 제시에 따라) 사회과에 포함되어 있다가 유신정권하에서 민족 주체성을 확립한다는 명분 하에 독립 필수과목으로 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군사정권을 청산하는 마당에 원상태로 환원시켰다는 대답이있을 수있다.

`역사바로세우기'를 진행하고 있는 정부가 군사쿠데타를 미화해온 `국사'교과서를 단죄한다는 뜻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본말을 전도한 이해이고 지금까지의 국사교육의 성과를 무시한 몰역사적이고도 천박한 발상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회과 통합안이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하는 점은 누차 지적되었고, 이미 1991년에 6차교육과정안이 제안되었을 당시에도 역사과목의 특성상 중등교육과정에서 국사를일반사회과와 통합하여 가르칠 수는 없다는 점이 강조한 바 있다.

역사를일반사회 등과 통합하여 교수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것은 정부스스로 이번 7차 교육과정의 `심화학습과정'에서 역사를 `인문'영역에 포함시키고 사회나지리과목은 `사회'영역에 포함시킨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과 통합안이나, 국사의 선택화라는 것이우리시대의 요청에 부응할 수 없고 시대적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사회과가 민주화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점은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만 민족문제의 해결에는 소홀했다는 한계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더우기 지금 우리 사회는 냉전 해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이질감은 좁혀지지 못한채 현실로서 성큼 다가온 통일을 준비해야 하며,세계화란 구호 하에 치뤄지는 무한 경제전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같은 과제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절실히 요구하는 것이다.

무릇 역사교육만이 아니라 모든 교육은 자국의 현실 요구와 전통에 기반하여 자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이제껏 그 사회과라는 교육과정상의 이해체계만을 강요하는 교육당국의 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해방후 미군정이 제시한 사회과 안이 당시는 물론 이승만정권, 군사정권 하에서도 계속 냉대를 받아오다가 이제야 제 위치를 찾게 되었다고 축하해야할 것인가?

현재 그것을 제창한 `본토'에서는 사회과가 쇠퇴하고 역사교육,특히 미국사교육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2차대전 패전 후 미국이 강요했던 사회과를 폐기하고 지리역사를 독립시키고, 세계사를 필수로 하여 일본의 눈으로 세계를 보겠다고 이미 도전장을내놓은 상태이다. 이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여부는 쉽게 가늠할 수없는 것이지만 우리의 교과과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사회과 통합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역사교육, 바른 민족사교육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수정된 교과과정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국사과목이 필수로 자리하게 된다고 해서 바람직한 국사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학교 국사교육이 많은 문제점을안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터이고, 역사교육이 비단 학교 교육만을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교 안팎의 국사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눈을 돌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할 때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에서는 국사과가 암기과목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현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도 원인이 있는것이지만, 현행 국사교과과정에 따른 국사교과서의 내용에서 비롯된 측면도간과할 수 없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조차도 `국사'교과서는 따분하고 어려운 책 정도로 치부한다. 국사 교과과정은 단계별 특성에 맞게끔초등교육에서는 인물사중심으로, 중학교에서는 제도사(사회경제사)를 중심으로,그리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사회사 문화사중심으로 가르치도록 하고있지만 그같은 취지는 교과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따라서 학생의 인지발달 정도에 맞고 상호 연계성을 가진 쉽고도 재미있는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국정(1종)교과서 제도 하에서는 어떠한 개인과 단체도 책임을 가지고 일관성있게 이같은 교과서를 집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교과서제도를 만들어야한다.

교과과정별로 상호 연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암기의 대상으로 된 것은 국사교육이 학생들의 현실 생활이나 관심과 괴리된 채 진행된 데에도 큰 원인이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과 더불어 지나온 역사를 현실의 경험에 비추어, 배우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같이 고민해보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아시아 질서속에서 어떻게 개성을 가진 문화국가를 발전시켜나올 수 있었는가,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식민지로 떨어졌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통일민주국가로 도약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갖추어야 할 자세가 어떠해야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에서는 늘상 국사교육의 의의를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두고 교과 목표를 우리의 현실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민족문화 발전에의기여에 둔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일까.

가르치는 이의 진지한 고민이 반영되지 않은 지적들을 학생들은 한낱 고리타분한잔소리로 밖에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민족사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이 교육의 장이란 생각을 가지고 우리가 처한현실문화풍토를 바꾸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

학교에서는 우리문화의 전통, 우수성을 귀따갑도록 듣지만 집안에 들어오면 무분별한 외래문화,외국상품이 판을 친다고 할 때, 그토록 자랑스러워해야할 `국보'가 위조되고 계승발전시켜야할 무형문화재의 선정에 뇌물이 오가는 사실을 학생들이접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성세대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해방 후 식만사관을 극복하고 올바른 한국사상을 세워 정체성 확립의 기초를 놓는 단계에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하여 패배주의적 자기비하나 국수주의적 민족사 예찬론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사를 보다 균형잡히고 성숙된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며, 민중의 참여를 부각시키는 역사에서 나아가 민중이 주체가 되는 역사까지를 전망할 수 있게 된것이다. 이는 그간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값진 성과이며 국민 역량의 성장 위에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여기에까지 이르는 데 국사교육이 행한 역할도 결코 작지 않았다.

지금 세계질서는 우리로 하여금 한단계 비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역사교육에 부과되고 있는 과제는 당위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통일을 대비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 중앙집권적 문화풍토를 일신하여 지방자치를 정착시키는 일, 무엇보다도 현존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야기하고 있는 문명의 황폐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 등 산적해 있다.

이같은 여러 과제들은 자기 역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없이는 제기할 수도 없고 또 엄정한 역사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어설픈 절충주의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며, 동시에 자기 문화가 갖고 있는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극복할 수 있는 후세를 길러낼 있는 문화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국사교육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세계화 시대에 필요하다면 기술도 다른 나라에서 사다가 쓰면 된다는 식의 천박한 상업주의 문화로는 냉엄한 세계무대에 명함을 내밀 수 없고, 현실 경제의 양적 성장이라고 하는 시의에 편승한 타락한 근대주의로는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문명을 개척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에 바탕해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아는 시비지심이 희미해져가는 것을 더욱 안타까운 눈으로 보고 있다.


김인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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