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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의 불교이야기 16-젊은 사자(長老)들

기자명 이영일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얼마전에 두 분의 장로스님이 이승의 몸을 벗었다. 조계종림의 방장인 회광 승찬 큰스님과 일붕선교종 종정인 일붕 서경보 큰스님. 두 분 모두 비록 체구는 작았지만 누가 뭐래도 한국불교에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겼다.

한 분은 우리나라에 승보사찰 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으로서 후참들을 지도하셨고, 또 한 분은 천여권이 넘는 저서와 백여개가 넘는 박사학위를 가진 공전절후할 희대미문의 활동가이셨다.

그러나 정작 두 분의 진면목은 그 화려한 명예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늙을수록 더해가는 그 젊음이 남달랐던 데 있다.

회광승찬 큰 스님은 누구에게나 정감이 흘러넘쳤던 분이다. 언제 만나도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스님이었다. 경남 용화사 주지로 재임하던 시절에 수좌들이나 학인들이 진해포교당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대중공양을 베풀어 후학들을 보살펴주고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셨다.

젊은 후배들과 더불어 젊은 불교를 만드는 일이라면 촌음을 아끼지 않고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던 그런 분이셨다.

일붕경보 큰스님 역시 겉늙은 것을 가장 싫어하신 분이었다. 동국대 불교대학장 시절 망중한의 시간이면 언제나 홀로 붓을 들고 불심을 일구던 스님은 그 터지는 젊음을 이기지 못해 수많은 박사학위를 받고 책임을 썼으며 나중에는 법왕청까지 만들어 법왕으로 지내셨지만, 정작 일부 세간의 의혹에 찬 눈길처럼 아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는 아니었다.

오로지 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세계불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신 분이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를 비롯한 뭇 장로들과 모든 보살, 조사들이 그러했듯이 두 분 스님들은 어느 스님보다도 젊음을 잃지 않으며 평생을 사셨다. 두 분에 대한 흠모의 정은 그 자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그 원력과 만행이 지치지않고 젊었던 이유에서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언제나 젊기만한 장로들이 한 분, 두 분 떠나신다.

아직 젊은데도 이미 마음이 늙어버린 못난 우리들 곁을.


이영일 /불교방송 보도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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