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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백운직지에 대한 4가지 오해-상

기자명 법보신문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기네스북의 기록도 믿을 만한 것은 못 되는 것 같다. 이 기록들은 곧잘 약소국의 기록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동양보다는 서구 위주의 기록으로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인쇄 문화의 쾌거라 할 수 있는 백운직지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1377년 고려 우왕 때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이지만, 챔피언의 자리는 무려 78년이나 뒤늦게 제작된 독일 구텐베르크 성서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보다도 더 심각한 역사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지난 6월 27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백운직지의 세계 기록 유산 등록을 권고키로 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요식적인 최종 서명 절차만 남아있어, 사실상 등록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써 권위를 뒤늦게 나마 공식 인정받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리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이런 훌륭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우리들 자신이 정작 가지고 있는 백운직지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 - 백운직지는 금속활자로만 만들어졌다?



백운직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이 책이 완벽한 금속활자로만 인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백운직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백운직지는 금속활자로만 인쇄된 것은 아니다. 인쇄하는 과정에 금속활자와 함께 적지 않은 목활자도 쓰였다는 것은 백운직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금속활자 인쇄술은 목판본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팔만대장경처럼 인쇄할 경전의 한 면 혹은 양면을 한판에 직접 새겨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할 책 속에 들어있는 글자 하나 하나를 주물로 떠 이를 조합해 찍어내는 기법이다. 따라서 주물로 뜨기가 까다로운 글자들은 도장을 새기듯 나무로 활자를 만들어 함께 섞어 사용한 것이다.



둘 - 백운직지는 외규장각 문서와 함께 약탈당했다?



백운직지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이 책이 병인양요 때 외규장 문서와 함께 프랑스 군인들에게 약탈당했다는 생각들이다. 말 그대로라면 반환 받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백운직지는 약탈당한 문화재가 아니다. 이 책은 1886년 5월 조선의 한성판윤 김만식과 프랑스 외무성 관리 크고르당 사이에 ‘한불수교통상조약’이 조인되면서 1888년 초대 주한 대리공사로 임명돼 조선에 온 모리스 꾸랑에 의해 수집된 것이다. 조선에서 13년을 근무한 모리스 꾸랑은 매년 많은 양의 책들을 수집해 프랑스 동양어학교에 보내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탁월한 안목에 의해 백운직지가 프랑스로 반출 된 것이다. 덕분에 프랑스는 세계적인 문화재를 보유하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됐지만, 우리에게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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