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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초대석-불교적 환경운동가 시인 개리 스나이더 씨

기자명 공선림

“인간은 삼라만상중 하나 일 뿐”

게리 스나이더 씨(70)는 미국의 저명한 시인이자 불교를 공부한 환경운동가로 미국 내 불교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이다.

우리에게는 1974년 시집 《거북섬(Turtle Island)》으로 시 부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저서 《무성(無性)》(한민사)과 《야생의 삶(The Practice of the Wild)》(동쪽나라)이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 있다. 그가 최근 대산문화재단 초청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

대산문화재단이 9월 26일 개최한 서울 국제문학포럼에서 스나이더는 ‘도겐(道元)선사와 생태학의 정신’을 발표해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환경운동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어 다음날인 9월 27일에는 동국대에서 ‘선의 세계, 시의 세계’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시와 선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불교와 시,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환경운동에 관해 들어봤다.


-당신은 늘 환경운동과 함께 불교를 이야기한다. 불교는 어떻게 접하게 됐으며 환경과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북서부 연안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그 지역 삼림의 남벌을 목격했고 생물학적인 공동체를 유지-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불교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원에서다. 아시아의 언어와 역사를 공부하던 중 불교 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불교에는 모든 중생에 대한 걱정 즉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하는 친환경적 교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개발 때문에 많은 생태계가 훼손됐고 지구상의에 많은 생물종이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 권리가 있고, 인간들이 이들의 삶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 일본의 도겐 선사는 사람의 관점에 메이지 말고 자연의 눈과 생태학적인 상상력으로 세상을 보라고 했다. 불교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을 삼라만상 중의 하나로 본다는 점에서 환경문제와 불교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불교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고 알고 있다. 그곳에서 어떤 공부와 수행을 했나.

대학원에서 동양의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일본에까지 가게 됐다. 일본에는 1956년에 처음 갔고 1959년부터 1968년까지 교토에 있는 대덕사에 머물면서 선을 연구했다. 그곳에서 명상하는 법을 배웠다. 상당 기간의 선 수련과정 중에 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은 적도 있다.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씩 참선을 하기도 했으며 정원가꾸기, 장작 패기, 부엌일 등도 돌아가며 했다.


-서양인들 중 일본이나 한국에서 선을 배우다 승려가 된 사람도 많다. 일본에서 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고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승려가 되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갔나.

서른 살 때, 절의 서고 복도를 내려다보며 나는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길을 보았다. 그때 나는 내가 승려로 살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 지난 수 백년 동안 일본의 선불교는 엄격한 수행집단이기 보다는 전문적인 직업으로 ‘변이’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수도적 삶에 출가와 수련이라는 형식을 한정시킬 필요가 없었다. 일상의 삶에서 반복되는 허드렛일들 그 자체가 길(道)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요즘은 어떤 수행을 하는가.

매일 아침, 그리고 하고 싶을 때마다 명상을 한다.


-주로 어떤 경전을 읽는가.

반야심경을 일본어로 독송한다. 몇몇 다라니를 읽기도 한다.


-당신은 불교연구와 더불어 환경운동을 해왔다. 이것이 당신의 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리고 시와 불교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불교를 알면 알수록 감성이 깊어진다. 산, 강, 숲에 동감하게 되고 자비심이 생기며 이들을 보호하고 돕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명상은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시를 쓰는 것은 그 깨달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명상은 세상의 흐름이나 혼탁함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단순한 도피나 휴식이 아니다.

오히려 강물 자체가 되어 물거품이나 소용돌이에서도 편안해 지는 것이다. 명상은 세상으로부터 초월해지도록 하지만 때론 세상 속에 깊이 참여하게도 한다. 시도 이와 같다. 시는 거리를 두어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세상에 참여하는 것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시는 오래 전부터 불교의 일부였다. 중국의 선사들은 “가장 하급에 속하는 승려들이 문학에 빠진 자들이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선사들과 제자들은 공안을 공부하면서 이해의 증거로 제자들에게 몇 줄의 시를 요구하기도 했고 선사들 또한 임종시에 시를 읊기도 했다.


-개인적 고통과 경험을 시로 쓸 때 불교적 관점은 어떤 도움을 주었나

나는 개인적 고통을 시에 드러내지 않는다. 주변의 조언 등을 예술로 표현하려 한다. 내면을 정화하고 사색을 담아 나를 넘어설 때 비로소 훌륭한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문화를 전공했다고 했는데 한국불교에 대해서 아는 점이 있는가.

솔직히 한국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일본의 임제선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한국 불교는 이번 방문을 기회로 연구해 볼 계획이다. 일본 교토에 있을 때 한국에서 수행하고 온 스님들이 몇 있었는데 그 스님들로부터 ‘한국의 승려가 진정한 승려다’라고 칭찬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에서 머무는 기간동안 무엇을 할 계획인가.

경주문화엑스포를 둘러본 후 고은 시인과 함께 전라남도 일대의 사찰들을 둘러보고 10월 6일 출국할 계획이다.


공선림 기자
kn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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