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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함이 세상을 바꾼다

기자명 공종원
백양사에서 얼마 전에 있은 ‘참사람 무차대법회’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차대법회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이 전통적인 불교의식에 대해 알게되는 계기였다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 자리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사부대중 누구나를 가리지 않고 한마당에 모여 진리를 놓고 똑같은 입장에서 문답하고 법거량 할 수 있는 열린 대화마당이란 설명에 대단히 감동하는 사람도 있다.

말로는 사부대중이 평등하다고 하면서도 기실 우리 불자들은 관행적으로 스님은 무조건 신도들의 윗자리에 앉고 부처님의 법을 제대로 깨치는 일도 스님이 우선권이 있는 양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말로는 우리 불교가 대승불교라면서 실제 신행에서는 늘 스님은 가르치는 입장이고 신도는 뒤따르면 되는 것처럼 맹신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심하게 말하면 스님을 떠받들지 않는 신도는 아무리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부처님 진리를 잘 깨달았어도 그것을 정당하게 평가하지도 않는 것이 우리 불교의 큰 병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현실에서 무차법회를 열어 비구 비구니는 물론 청신사 청신녀의 구별없이 누구나 깨침을 얻어 바른 지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이는 이 대화의 광장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당당히 일대 일로 대결해 누가 더 올바른 깨달음을 얻었는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니 이는 두꺼운 아집의 관념, 현실의 장벽, 계급의 차등을 모두 깨뜨리는 놀라운 불교인들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정신이 살아 있어야할 무차법회의 마당이 사실은 스님들만의 자리가 되고 신도들은 그저 관중으로서만 남아있고 말았다는 것은 아직 우리의 여건이 성숙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차법회의 또 다른 측면은 내게도 큰 감명을 주었다. 장마철에 바로 전날까지 쏟아지던 비가 행사 당일에는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이는 바람에 수천의 참가자가 아무런 지장 없이 법회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어떤 신문에선 이는 이 행사를 주재한 서옹 큰스님의 큰 법력의 소산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일전에 백운암으로 큰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그 이야기를 하고 스님의 법력이 중생에게 크게 인상을 심었는가보다고 말씀드리자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걸 내 법력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백양사 무차법회를 열기 위해 수고하시고 또 수많은 스님들과 신도들이 참여하시는데 얼마나 날씨를 걱정했겠습니까. 장마철에 비가 오지 않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한 것이 파동이 되어 비구름을 걷게 하고 날씨를 들게 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소립자 물리학에서도 물질은 입자다 파동이다 하지만 우리들 마음의 파동이 온통 날씨를 맑게 하려는 원으로 일치되었기 때문에 그 힘이 우주를 움직여 그런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사람의 지극한 정성이나 성심을 다하는 마음이 한데 모아지면 우주를 움직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 큰스님의 생각이고 그것은 과학적으로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설명이시다.

큰스님의 이 같은 말씀은 스님의 겸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의 진실과 성심의 힘을 강조하는 말씀이기도하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이 이 엄청난 무한 우주마저 움직이고야 만다는 생각이 바로 불교적 정신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인생은 물론 세상의 미래까지 스스로 바꾸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 바로 불교정신의 요체이기도 하다. 우리가 좋은 마음의 파동을 일으키면 반드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이 세상까지도 좋은 파동으로 응답하게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라면 우리가 늘 큰 마음 착한 마음 좋은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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