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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방송과 btn사태

기자명 이학종
위성방송이 요즈음 불교계의 새 화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목전에 성큼 다가온 위성방송 시대에 불교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가 몇몇 극소수의 선각(?)적인 불자들 사이에서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위성방송 시대를 앞두고 이런 수런거림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21세기에 살아남을 미디어는 위성방송이라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위성방송에 대한 불교계의 반응이 수런거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내용 또한 방송포교의 미래에 대한 장미빛 설계 등과는 거리가 먼 “이렇게 중요한 불사에 관심이 없으니 걱정…” “만일 위성방송에서 또 죽을 쑨다면…” 따위의 걱정과 한숨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위성방송 추진일정은 10월 중순 위성방송 사업자 허가추천 신청공고를 시작으로 11월 중순까지 허가추천신청 접수를 받고, 12월중에 사업자를 선정하며, 내년 하반기에 본 방송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계는 태평합니다. 무관심하거나 짐짓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런거림이 있다는 것이 도리어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총체적 무기력증, 혹시 우리 불교계가 정말로 이 증세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저 남의 일인 양 넘기거나 애써 외면하는 증세 말이지요. 닥친 현안이나 문제들이 그저 묵묵히 있는 것으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문제는 이런 집단적 무기력증이 교단 전체를 침체시키고 후퇴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기력증, 이것은 어느새 불교계의 고질병이 되어버렸습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절집의 속설은 불교계가 갖고 있는 무기력증의 합리화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무기력증이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중 으뜸은 어떤 결과나 현상에 대해 진단하거나,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흐지부지 넘겨버리는 관행일 것입니다.

방송포교에 대한 불자들의 원력과 열기를 송두리째 꺾어버린 불교텔레비전 사태만 봐도 그렇습니다. 300억에 가까운 엄청난 성금을 허공에 날려버렸는데도,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분석은 커녕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나 문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질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방송포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따라서 위성방송이라고 하는 절체절명의 불사 앞에서도 그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거듭 강조하지만 실패한 불사에 대한 원인분석과 조사,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은 재발을 막는 처방이자 무기력증을 치유하는 지름길입니다. 옛 큰스님들은 시주물 대하기를 하늘처럼 무섭게 여겼습니다. 혹 제자들이 시주은혜를 가벼이 여기면 추상같은 호령이 떨어졌지요. 하물며 방송포교에 써달라며 수만의 불자들이 정성껏 보내온 성금이겠습니까.

위성방송 시대를 맞아 정작 불교계가 서둘러야 할 일은 현재 불교텔레비전이 겪고 위기에 대한 원인 진단과 책임소재를 엄중히 가리는 일일 것입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방송포교에 대한 신뢰는 없습니다. 방송포교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미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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