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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등쳐먹는 신세”자조 만연

기자명 이재형

■불교학 박사 활용방안 없나

연구소 설립…교양대 우선 채용 고려를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 강사의 수는 서울의 경우 불교학과 20명, 선학과 21명, 인도철학과 11명으로 다른 분야의 강사 수에 비교해 월등히 많다. 이는 ‘불교와 인간’ ‘자아와 명상’ 등 과목이 전교생이 이수해야 하는 교양필수 과목으로 선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말이면 선후배 강사들 사이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박사학위 수료자 및 취득자 중 절반 가량이 1강좌도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대다수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다. 그러나 이렇게 세시간 짜리 1강의를 맡는다고 해도 시간당 2만원(동국대) 한 달간 버는 돈은 25만원 안팎, 두 강좌를 맡아도 50∼60만원에 불과하다. 간혹 경력을 쌓기 위해 지방대라도 강의할라치면 식비, 교통비로 강의료를 날리기 일쑤다. 그나마 방학 때면 이 마저 없는 형편의 박사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대학원생들 사이에선 공부하는 사람을 ‘마등’(마누라 등쳐먹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비하하기도 한다. 동국대에서 강의하는 이 씨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불교학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현재 불교학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은 종단과 교구본사 등 대규모 사찰들이 쥐고 있다는 게 대다수 견해다.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수덕사 등 일부 사찰들 뿐 각 교구본사들이 불교(종학)연구소를 개설해 이들 고급인력으로 하여금 그 사찰의 역사와 인물에 대한 연구, 지역 학자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지식인 포교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따로 연구소를 두지 않더라도 가능하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방안을 찾는다면 대규모 세미나도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사찰 홍보와 지역내 위상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불교교양대학에서 박사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조계종에 등록된 대다수 교양대학이 강사초빙이나 초청강연회를 할 때면 반드시 교수만을 고집하는 사례가 많아 젊은 박사들에게는 이마저 얻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동국대 교수 법산 스님은 “교양대학 운영자들이 젊은 학자들에게 좋은 강의를 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하려는 노력들이 불교계를 살찌우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교학을 전공하는 학자들도 무작정 때만 기다릴 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동국대 김성철 교수는 “자기 전공에만 몰두해 한 가지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불교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고, 인접학문에도 깊은 이해를 키움으로써 자신의 경쟁력을 먼저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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