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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 현상’을 보는 시각

기자명 이학종
요즘 최대 화제는 ‘우담바라’입니다. 청계산 청계사에 우담바라 꽃으로 ‘여겨지는’, 아니 우담바라라고 ‘믿고 싶은’ 꽃이 핀 후 수천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나타난 일종의 현상이지요. 청계사에 이 꽃이 핀 후 며칠 후에 관악산 연주암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꽃이 발견되면서 이른바 ‘우담바라 현상’은 불교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 화제가 되었습니다.

본지는 물론이고 일반 신문이나 텔레비전, 심지어 영자 신문까지 이 우담바라 현상을 전국화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담바라가 필 때는 나라에 경사가 있다는 말을 입증이나 하듯 마침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자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 모를 꽃을 우담바라라고 더욱 철석같이 믿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런데 우담바라라고 불려지는 이 꽃의 모습이 상세히, 연이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면서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그 우담바라와 같은 꽃을 발견했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잇따라 나타난 것이지요. 칠판, 유리창, 도자기, 심지어 빗자루에서까지 …. 우담바라와 유사한 것이 발견되었으니 확인해달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저 역시 일순 당혹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우담바라가 나투었다며 환희심에 찼던 불자들 역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구요. 일부 언론은 이를 놓칠 새라 몇몇 곤충학자들의 자문을 들어 ‘우담바라의 실체는 풀잠자리의 알’이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서로운 일이 일어났다며 환희심에 들떠있던 불자들의 입장이 졸지에 난처하게 된 것이지요. 또 처음부터 이를 곰팡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머쓱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일이 꼭 그렇게 난처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도 우담바라 꽃이 어떤 것인지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혹세무민이나 한 것인 양 몰아 부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청계사에 우담바라가 피었다는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언론의 보도가 있기 전에도 이미 매일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질 않았습니까. 언론이 주목을 하게된 이유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절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었구요.

우담바라는 상상의 꽃이고 전설의 꽃입니다. 청계사와 연주암에, 그리고 그 이전 우리절이나 광수사에 핀 것이 우담바라라는 근거는 분명 없지만, 뒤집어 절대로 아니라는 근거도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도 그 꽃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고, 확인해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담바라가 장미를 닮았는지, 백합의 모양인지, 아니면 곰팡이나 풀잠자리 알처럼 생겼는지 누구도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담바라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우담바라도 되고 풀잠자리나 곰팡이도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담바라냐 아니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신기한 현상에 이끌려 몰려드는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을 참회와 정진의 마음으로 적절히 승화시켜 주고, 궁극적으로는 정법으로 유도하는 노력일 것입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이런 혼란이 없도록 우리 불교계에도 일종의 판정(심의)기구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톨릭에는 예컨대, 성모마리아가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일어나면 이것이 교회의 입장에 부합하는가의 여부를 판정하는 기구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편집부장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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