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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국립공원관리공단

기자명 공종원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이 달 중에 북한산 입구 9곳에 전광판을, 도봉산 포대능선 등 북한산자락 주능선에 4개의 경관 해설판을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전광판은 자연보호 산불조심 등의 문구를 담아 산의 보호를 홍보할 셈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소식에 접한 환경보호 단체들은 아주 전형적인 자연파괴의 일례라면서 설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광판이란 것이 자연과는 거리가 있는 도시적 시설물인데 그걸 산에 설치한다는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설을 하려면 땅을 파고 시멘트를 바르면서 자연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런 인공시설물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설치하기보다는 생태계 복원에 돈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북한산 영봉 일대 1만여 평의 소나무 숲이 올 봄 산불로 타 버려 그 복구가 시급하니 거기에 돈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진정으로 자연을 생각하는 것이 어느 편이겠느냐는 너무 자명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명한 일이 엉망으로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허심탄회하게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어렵잖게 생각하는 일을 무슨 일을 맡아하는 사람들은 웬일인지 이상 망측하게만 일을 벌이곤 한다.

이렇게 산에 전광판을 세우는 비용이 실은 그렇게 쓰라고 준 돈이 아니라는 게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그 비용은 지난 2월 일본의 환경오염물질 처리업체 사닉스사의 무네마사 신이치사장이 ‘직원들과 여러햇동안 북한산 등산을 하면서 회사도 잘되고 직원건강도 좋아졌다’며 기증한 1천만엥(우리돈 1억원)이다.

그는 북한산의 덕을 입은 고마움을 표하며 북한산을 위해 써달라고 그 돈을 희사한 것이다. 한데 그돈을 받은 우리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엉뚱하게 산의 보전을 위해 쓰는 대신 산을 인공구조물로 망치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니 너무 한심스럽다.

이런 식의 돈쓰기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한 일이다.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내놓은 세금을 세심하고 알뜰하게 쓰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감투를 쓴 사람들은 그런 돈이 그저 굴러온 것쯤으로 생각하고 흥청망청 써버리거나 자기 업적을 과시하느라고 탕진하고 말기 일 수다.

나라가 그 꼴이고 기업이 그 꼴이면 절이나 교회는 좀 나아야할 터인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요즘 우리네 사정인 것 같다. 신자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부처님을 위해 바친 보시를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일에 마구 낭비하는 것이 요즘 스님들의 행태다.

부처님을 위해 보시한 것이니 건물을 늘리고 대불을 조성하는데 쓰면 되었지 웬 걱정이냐며 오히려 힐책하는 것이 일상이다. 감당할 수 없는 큰 사업을 벌이더라도 부처님이 도와주시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막무가내인 경우도 적지않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그렇듯 외양만 장엄하게 꾸미고 백성의 어려움을 도외시하는 것이 과연 부처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태도는 아닐 것이다. 부처님은 사바중생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바랐지 육신의 영화를 위해 낭비하고 사치하는 삶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말이다. 이제 우리 불교도 외형의 불사보다는 중생을 구하는 참 불사에 보시를 알뜰하게 쓰려는 마음가짐부터 길러야할 것 같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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