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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초대석-《한국의 불화》20권 완간 범하 스님

기자명 김형규

“북한 불화 집대성이 마지막 남은 꿈”

문화재청의 유일한 스님 문화재 위원. 교계 최대 규모인 통도사 성보박물관 관장. 성보문화재 연구원 이사장 범하 스님(56)과 늘 함께 하는 이름들이다. 통도사 강원과 동국대 승가학과를 졸업하고 직지사 관응 스님에게 전강을 받은 뛰어난 학승이지만 ‘화두’는 언제나 ‘성보문화재’였다.

그 중에서도 ‘불화’는 스님이 10년째 들고 있는 ‘공안’이다. 스님은 최근 5년만에 ‘공안’의 절반을 타파하고 회향의 자리를 마련했다. 86년 《한국의 불화》직지사 본·말편을 시작으로 최근 내놓은 20권 《사립박물관》편까지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5000여 점의 불화 중 2400여 점을 집대성하고 11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은 것. 《한국의 불화》 20권을 완간하고 1차 사업을 마무리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았다.


사찰에는 다양한 종류의 성보문화재가 많습니다. 불상도 있고 탑도 있고 그 외 다양한 불기류가 있는데 특별히 불화를 조사하고 간행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사찰에서 가장 많이 도난 당하는 성보문화재가 ‘불화’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조사가 돼 있지 않아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습니다. 도난을 당해도 무엇을 도난 당했는지 알 수 없지요. 그것이 안타까워 《한국의 불화》간행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또 불화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데다 스님들이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까닭에 불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사찰을 찾지 않아도 불화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책 발간의 목적입니다.


《한국의 불화》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신다면.

불화 하면 우리는 보통 고려불화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찰에 남아있는 불화의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불화이며 결코 고려불화에 떨어지거나 뒤지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한국화 된 불화라고 할 수 있지요. 《한국의 불화》의 특징은 바로 조선시대 불화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불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천대받던 조선불화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것도 이 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불화》 20여권을 완간하는데 적지 않은 재원과 노력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국의 불화》 한 권을 발간하는데는 1억원 정도가 소요되니까 20권을 완간하는데는 지금까지 약 20억원의 재원이 들었습니다. 회원 300여명이 구입해주는 것 외에 시중에서 팔리는 것은 200여권이 고작이니 책을 한 권씩 낼 때마다 적지 않은 손해를 본 셈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건 역시 작업의 어려움입니다. 해당 사찰 스님의 허락을 얻는 과정도 쉽지는 않지만 7∼8명의 학예연구사들이 사진 촬영을 위한 조명기 두 대와 대형 사진기와 필름 등을 메고 산중 암자까지 1년에 200여 곳의 사찰을 찾아다녔습니다. 가끔은 연구원과 함께 하루 종일 산 속을 헤매다 해당 사찰을 찾지 못해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생을 말로다 표현할 수가 없지요. 그러나 보람도 많았습니다. 낡고 헤진 불화를 발견해 깔끔하게 보수를 하고 나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스님, 책을 보고 고맙다고 알려오는 독자들과의 만남 등이 그것입니다. 불화 발간의 가장 큰 힘들이지요.


교계는 20여 곳에 이르는 성보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상당히 많습니다. 성보박물관의 운영과 유물 관리 정도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앞으로 문을 닫는 성보박물관이 속출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물관에서 중요한 것은 유물을 관리하고 보존할 전문가와 박물관 운영을 책임질 주체입니다. 그러나 교계의 20여곳에 이르는 성보박물관 가운데 전문가가 있는 곳은 5∼6군데에 불과하고 박물관을 책임지고 운영할 관장 스님이 있는 곳은 송광사·직지사·통도사 등 3곳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많은 성보박물관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유물을 제대로 보존 못해 부식되거나 훼손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입니다.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스님께서 생각하는 해결방안은 어떤 것입니까.

성보박물관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풍토 조성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종단에서 각 사찰마다 박물관장 직제를 둬 문화재 교육을 수료한 스님들을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또 각 박물관마다 성보를 한데 모아두는데 그치지 않고 각 사찰의 특성을 살린 박물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도사가 불화전문 박물관이듯 해인사는 대장경 혹은 인쇄박물관, 송광사는 스님과 관계된 유물 박물관 등 각 사찰의 개성을 살린 박물관을 운영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각 박물관마다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인재 양성이 필요합니다. 문화재 소양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을 종단에서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2001년부터는 1차 계획에서 제외된 교구본사뿐만 아니라 해외에 소장된 불화를 집대성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북한에 있는 불화도 조사할 생각입니다. 또 이미 나와있는 불화들을 CD롬에 담아내는 작업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불상·조각 등 불교미술 전반에 대한 자료집을 간행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불화조사를 하면서 그 사찰의 가람배치에서 성보문화재까지 전부 자료화 해 사진만 10만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료집을 내기 위해서는 책을 내야 하는데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지 그게 걱정입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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