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와 도(道)

기자명 혜민 스님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이 道다?

어학도 잘 할수록 표시 안 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영어 교육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어가 전 세계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쓰이는 공용어처럼 되고 보니 아무래도 영어 교육을 무시 할 수가 없게 됐나 보다. 최근에는 강원에서도 컴퓨터와 함께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에 나온다고 하니 세상의 흐름에 스님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영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초창기에 미국에 와서 처음 불교를 전수 한 스즈키 순류 선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영어를 마스터하는 것은 마치 도(道)를 닦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 살면서 스님이 영어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이 한 문장을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미국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나에게도 영어는 아무리 해도 그 끝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신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한 2, 3년이 지나고 난 후 나의 영어 실력을 돌이켜 보니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감지 할 수 있었는데, 이래서 영어 배우는 것이 도 닦는 것 같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를 또 오랫동안 배우고 많이 사용할수록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오래 공부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자만하면서 자신이 외국어를 잘 한다고 으스대는 법이 없다.

또 영어 공부가 많이 된 사람일수록 공부와 생활을 나누어서 따로 하지 않는다. 생활에 살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지 따로 공부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직 영어 공부의 초기 단계에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티를 절대로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에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한국 모 야구 선수가 미국에서 생활한지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 말을 더듬은 적이 있었다.

사실 이와 같은 현상 또한 영어 공부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실제로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 하는 사람은 한국말을 할 때 일부로 혀를 꼬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법은 없다.

이 점은 마치 막 수행을 시작한 사람일수록 일부로 수행자 티를 내려 하고 가난하게 살다가 운이 좋아 벼락부자가 된 사람일수록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 드는 것과 같은 것 같은 이치다.

이 세상 어떤 일이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경지에 이르러서는 수행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든 학업에 매진하든, 농사를 짓든 간에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작은 도를 하나씩 깨달아 가면서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생(生)에선 생사를 초월하는 대도(大道)를 깨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해탈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