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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보현행원품

기자명 송석구

“산하대지 모든 생명이 부처님”

1964년 봄 나는 동국대학교 대학선원에서 한 달간 기거하면서 아침, 저녁 예불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군정훈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때 대학선원의 원장님은 서옹 스님이시었고 역경원장님은 탄허 스님이시었다. 그리고 일요법회에는 원장 스님과 탄허 스님의 법문이 계셨다. 그리고 대학선원의 간사인 박성배 (현재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교수께서 『화엄경』 「보현행원품」을 강의하고 있었다. 나는 일요일이면 이 강의를 빠지지 않고 들었다.

「보현행원품」은 화엄경의 진수이면서 동시에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구도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의 십대행원을 부처님께 듣는 내용이다. 먼저 예경제불원이 처음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보현보살이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을 내가 보현행원의 힘을 가지고 허공계와 중생계가 다 하도록 예배하고 공경한다고 말씀하셨다. 자세히 이해하면 ‘너희들은 이미 보현보살의 원력이 있으므로 보현 십대원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무와 명령으로 들려오는 것이다.

또 나아가서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 세계에 그 한 티끌속에 또한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이 계신다고 하였으니 우리와 같은 논리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때 박성배 교수님의 설명이 나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나는 그 후 이 「보현행원품」을 읽고 외우고 써서 이해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 후 한 달간의 정훈교육을 끝내고 귀대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장교막사에서 새벽 네시에 일어나 다른 사무실 막사로 건너가 호롱불을 켜고 「보현행원품」을 읽었다. 그 후 월남전에 가서도 이 경을 수지독송 하였고 지금까지 읽고 있다.

아무리 읽어도 그 수많은 부처님의 개념이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화엄경의 사상이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이라 하지만 그것이 관념적으로 이해될 뿐 가슴이 확 터지지 않았다. 그렇게 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1976년 광덕 스님의 부름을 받아 불광법회 전법부회장을 맡고 매주 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그 때 스님은 「보현행원품」을 설법하셨다.

스님은 그 수많은 부처님은 바로 우리의 부모형제 산하대지에 가득찬 생명이 있는 것 없는 것 모두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 나의 가슴은 확 터지면서 ‘그렇다, 바로 내가 부처님이면 모든 나 밖에 있는 것도 부처다. 부처는 내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마음의 번뇌와 망상 하나 하나가 부처이다’라고 가슴에서 소리치며 용솟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부터 나는 모든 부처님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고 마음의 비밀을 보았다. 한 생각 한 생각 부처님으로 바꾸면 극미진수제불이 세존인 것을….


송석구 교수/전 동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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