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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노인 안전 체크 法

기자명 김형섭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100만원이면 우리집이 요양시설

골절사고 절반 이상 가정서 발생

간단한 예방시설로도 효과 발휘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최(73·여) 씨는 지난 달 화장실서 넘어져 왼쪽 팔이 부러지는 골절사고를 당했다. 화장실 바닥을 청소하던 최씨가 비누거품에 발이 미끄러진 것이다. 중풍으로 오른쪽 몸이 성치 않았던 최씨의 팔이 부러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화장실서 넘어져 9개월 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중풍으로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최씨는 앞으로 수개월을 또 다시 성치 않은 오른 팔에 의지해 지내야만 한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최씨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70대 고령 노인이라면 가정 내 도사리고 있는 화장실 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에 노인 골절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가정 내 화장실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올 만큼 심각한 가정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사진설명>80을 넘긴 나이에도 화장실 청소를 하는 김춘식 할아버지.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붙인 후 화장실에 대한 공포가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산 호수병원 이완신 원장은 “현재 노인골절사고의 절반 이상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노인을 둔 가정은 골절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부분의 가정은 “그저 나이 들면 평형감각이 저하돼 그렇다”고 말할 뿐 노인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정들은 “노인요양원도 아닌 일반 가정에서 노인들만을 위한 공간을 갖추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작은 ‘배려’로 말끔히 해결한 가정이 있다. 경기도 고양시 김춘식(81) 씨 댁은 김 씨를 위해 미끄럼방지용 스티커를 화장실 바닥에 붙여뒀다. 얼핏 봐선 손주들을 위해 바닥에 붙여둔 글씨 판처럼 보이지만 효능면에선 미끄럼방지용 타일 못지 않다.

“나이 들면 화장실이 두려운 법입니다. 비누라도 묻어 있는 날이라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죠. 화장실서 넘어져 큰 화를 입을 뻔한 적도 두세 번 있었지요.”

김 씨는 “화장실 바닥에 스티커 하나 붙여놓고 ‘유세’라고 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을 위해 미끄럼방지용 스티커를 붙여둔 집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씨 집에는 문턱이 없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진 않지만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노모를 위해 집안 전체를 개조한 가정도 있다. 울산에 사는 이진성 씨는 지난해 중풍으로 쓰러져 누워만 지내는 노모를 위해 전동침대,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침대로 이동할 수 있는 샤우트롤을 설치해 놓고 있다. 일반 가정을 전문요양시설 못지않게 꾸며놓은 이 씨는 “전문 간병인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조작으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씨는 “적게는 100만원만 투자하면 전문노인시설 못지 않게 가정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뭐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노인들의 생활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 매달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건강보조식품을 사드리는 것도 중요하진만 노인들이 가정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김형섭 기자 hs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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