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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스님께 공양할 가사를 지어라

기자명 남수연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남북한 스님 가사로 통일 이루다’북한스님 위한 가사 만들기 대작전!

남북 불교계 폭넓은 교류, 북 스님 가사 불사로까지 확대

원단 구입서 바느질까지 몇배나 꼼꼼 점검·정성 손길


“북한 스님들께 보낼 가사 100벌을 제작하라”
특명이 떨어졌다. 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주지 법타 스님)가 개산 1194주년을 맞아 가사불사를 봉행하며 100벌의 가사를 북한 스님들께 보내기로 한 것이다.

예로부터 가사불사는 승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 동시에 재가불자들에게는 무한한 공덕을 짓는 ‘복전’이 되어왔다. 더군다나 남북 불교계의 폭넓어진 교류가 가사불사로 까지 확대됐다는 감회가 더해지면서 북한 스님들께 공양될 가사를 매만지는 손끝에선 각별한 정성이 묻어났다.

“처음엔 북한으로 보내는 가사인줄 몰랐지요. 이렇게 붉은 홍가사는 태고종 스님들이 수하시기 때문에 그저 태고종 가사인줄만 알았으니까요.”


100벌 목표 제작 착수

북한 스님들께 보낼 홍가사는 서울 견지동의 자비승복사(대표 이윤용)에서 제작됐다. 목표는 100벌. 그러나 가사는 ‘한 벌, 두 벌’이라는 표현 대신 ‘바탕’이라는 단위가 쓰인다. 모두 100바탕을 제작해야 한다.

원단 고르기가 첫 과제다. 가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옷감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스님 가사에는 물세탁이 가능해 비교적 실용적인 ‘국사’원단이 사용됐다.

본래 가사는 세탁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란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요즘에는 남측에서도 물세탁이 가능한 원단들이 즐겨 사용된다. 원단은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구입했다. 우리나라의 원단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을 만큼 우수하지만 북한 스님들께 공양될 가사인만큼 원단 구입에 유독 신경이 쓰인 것이 사실이다.

“가사 한 바탕을 만드는데 약 4마 정도의 원단이 필요합니다. 원단에 흠집은 없는지, 염색이 잘못된 부분이나 얼룩이 없는지 등을 자세히 살펴야 좋은 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원단 구매는 눈썰미가 좋은 자비승복사 이윤용 대표의 몫이다. 북한 스님들께 공양될 가사는 비교적 간소하게 수하는 ‘반가사’다.

왼쪽 어깨에 걸치는 끈을 이용해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형태이다 보니 가사의 크기는 모두 동일하다.

‘조엽’으로 불리는 작은 직사각형 원단 7조각을 한 폭씩 이어 붙여 가사의 형태를 만들고 나면 네 귀퉁이에는 사천왕 글씨가 들어간다. 형태만 보아서는 태고종 스님들의 가사와 완전히 동일하다. 남북 불교계의 가사가 이처럼 똑같다니. 역시 우리가 같은 문화를 가진 한 민족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난다.

북한스님들께 공양될 가사는 지난 7월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가사불사 회향일은 10월 4일이지만 제작은 10월 2일까지 마쳐야한다.



한바탕 짓는데 4시간

재단, 재봉, 다림질 등 가사 짓기도 분업화가 잘돼있어 한 바탕 짓는데 3~4시간이면 족하다. 예전에야 손바느질이 유일했지만 요즘에 재봉틀이 그 일을 대신하니 가사불사도 현대화가 많이 진행된 셈이다. 서두른다면 100바탕을 모두 짓는다 해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정성을 들여야 하기에 결코 서두르지는 않는다.


<사진설명>북한스님이 입을 반가사가 전문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고 있다.

기성복처럼 만들어 놓았다가 ‘임자’가 나타나면 팔아치우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가사를 짓는 일은 승복사 직원들의 몫이지만 오직 불자들의 정성으로 발원되고 회향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가사불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미 완성된 가사는 차곡차곡 접혀 보자기에 쌓여있다. 함께 놓여있는 다른 가사들에는 대부분 어느 사찰 어느 스님의 것인지가 표시가 돼 있지만 이 홍가사에는 아무런 구분이 없다. 북한 어느 사찰의 어느 스님이 이 가사의 주인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만큼의 벽으로 남아있다.


“가사만큼은 분단 겪지 않아”

“통일, 통일 말만 들었지 피부로 쉽게 느낄 수야 있나요. 남북 교류가 많이 늘고 스님들 북한 가신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지만 막상 내 손으로 지은 가사가 북한으로 간다고 하니까 마치 통일이 다 된 느낌입니다. 가사 모양도 똑같잖아요. 적어도 가사는 이미 통일돼 있는 셈이죠. 아니, 처음부터 같은 모양이었을 테니 가사에서만큼은 분단을 겪지 않았네요.”

<사진설명>완성되어 곱게 갠 가사.

곱게 다림질까지 마친 가사를 새삼스럽게 펼쳐 보이는 이 대표는 농담처럼 한마디 던진다. 하지만 어찌 빈소리이랴.

남북의 가사 모양이 똑같은 것이 고마워서, 이 가사를 공양 받을 스님들이 여전히 북측에 계신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워서 나온 소리일 것이다.

또 북한 스님들께 가사를 공양하겠다고 나선 불자들과, 이 정성이 전해질 수 있는 통로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것이 더욱 고마운 불자들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글·사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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