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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종단 여성수행자 평등지수 분석

기자명 심정섭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여성수행자 ‘홀로서기’ 곳곳 지뢰밭

수행-교육 전용 공간 마련 조계종이 유일

불교 4대 종단 가운데 태고종을 제외한 조계·천태·진각종 등 3개 종단의 수행자 성비를 비교하면 여성수행자, 즉 비구니 스님이나 전수가 비구 스님이나 정사 보다 많다. 그러나 종단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중앙 종무기관과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종회는 여전히 비구(정사) 스님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비구니(전사) 스님들은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종무기관 국장급 이상 조계종 뿐

각 종단의 중앙 종무기관은 여성수행자들이 발붙이기에 가장 어려운 곳으로 통한다. 조계종은 종무기관 국장급 이상 33명 가운데 부장 1명 국장 3명 등 총 4명의 비구니 스님이 일하고 있다. 올 초 법장 총무원장 스님이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문화부장에 비구니 스님을 임명, 그나마 4명의 비구니 스님이 국장급 이상의 보직을 받게 됐다.

태고종은 교임부에 국장 1명을 여성수행자로 임명했으나, 그나마도 활동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태고종의 경우 비구니 스님들 스스로가 종무기관에 진출해 행정업무에 참여하겠다는 의식이 없는 게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태종 역시 국장급 이상 비구니 스님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올 들어 비구니 스님을 사무보조원 성격으로 6개 부서에 1명씩 파견했을 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흥조 상월 스님의 유시에 따라 오래 전부터 여성수행자의 등용을 기피했다. 따라서 이같은 현상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남녀수행자 평등권에 있어 가장 진보적 모습을 보여 온 진각종 또한 행정기관에 단 한 명의 전수도 임명하지 않고 있다. 혜인 총무부장은 “제도적인 부분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전수님들은 종무행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로 현상을 설명했다.


진각종 종회의원 여성이 27%

각 종단의 중앙종회는 종무기관에 비해 여성수행자의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진각종은 종회의원 37명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10명이 전수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진각종 종회의원 전원이 선출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부의장이 여성수행자이고 보면 최소한 종회 만큼은 평등권을 보장받은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발언권을 행사하는데는 소극적이다.

조계종은 81명 중 10명이 비구니 스님이다. 그러나 10명 모두 비례대표 형식이기 때문에 종회 내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그 영향력은 미약한 수준에 불과하다. 적극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불평등 요소를 제거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함에도, 특별한 활동이 없어 ‘거수기’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천태종은 30명 중 3명이 비구니 스님. 역시 비례대표로 할당된 인원에 불과하다. 수행자 뿐 아니라 전반적인 면에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여성관을 보이고 있는 천태종의 현실을 고려할 때 비구니 스님 3명의 종회 진출은 상당히 발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태고종은 53명 종회의원 중 비구니회장과 교임 대표 등 2명만이 여성수행자 대표 자격으로 종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수행-교육 전용공간 마련 시급

조계종을 제외한 3대 종단은 여성수행자를 위한 수행-교육도량이 전무한 실정이다. 조계종은 강원 5곳, 선원 34곳(전체 91곳)이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전체 수행자 인구를 고려할 때 동등한 조건은 아니지만 별도의 수행 및 교육 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향후 종단 입법 및 행정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태고종은 선암사 운수암과 제주 종무원 등에 비구니 전용 수행공간을 마련했으나, 머무르는 이가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종단이 울산에 종단 차원의 비구니 수행 및 교육도량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몇 명이나 찾을지는 미지수다.

천태종은 구인사 강원에서 행자기간 중 2년간 남행자들과 함께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여성수행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은 없다. 진각종 역시 진각대학에서 남녀수행자가 공동으로 교육을 받을 뿐, 더 이상의 교육공간은 없는 형편이다.


교구본사-교구청엔 전무

여성수행자의 활동이 미약한 것은 중앙종무기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역의 교구본사나 교구청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조계종은 우선 교구본사 산중총회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다. 비구 스님은 일정 정도의 승납이 있으면 참석할 수 있으나, 비구니 스님은 말사 주지만 참석이 가능해 사실상 비구니 스님이 교구본사 주지가 되기 어려운 구조다.

태고종이나 진각종 역시 지방종무원장과 교구청장에 여성수행자는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천태종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비구니 스님은 말사 주지도 맡을 수 없는 편향된 구조를 갖고 있다. 역시 종헌종법상 문제가 아니라 관습의 문제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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