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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호악산 미륵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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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의 애환 가득 머금은 눈망울

삼척에는 세 기의 미륵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 모습은 일견 수문장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바다 쪽을 향해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얼굴엔 긴장과 불안, 그리고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 드리워 있다.



언덕배기 같은 산자락에 나란히 서있는 미륵을 부둥켜안고 내 남편, 내 자식놈만은 제발 잡아가지 말라며 간절한 염원을 토해냈을 옛 삼척의 이녁들. 그들은 바다보다도 더 검푸른 가슴에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묻고는 그저 미륵의 품에 매달려 울부짖으며 한을 달랬으리라.

미륵의 눈길이 초병의 눈매 같기도 하고, 걸핏하면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장성한 아들을 삼켜버리는 바다를 원망했던 민초들의 눈길 같기도 하며, 더 이상 가난한 백성의 가슴에 아픔을 가져다주지 말라며 동해의 용왕을 준엄하게 꾸짖는 눈매 같기도 하다. 이곳의 미륵과 관련하여 좥척주지(陟州誌)좦는 “봉황대(鳳凰臺)에 삼석인상(三石人像)을 세웠는데, 이곳은 요사스러운 기운이 일어난다고 하여 미륵을 세웠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호악산 미륵들은 마냥 외롭기만 하다. 반쯤 탄 양초만이 몇 조각 쓸쓸히 뒹굴고 있을 뿐 민초들의 관심 바깥으로 완전히 밀려나 있다.


사진 이일섭〈작가〉 yiilsup@hanmail.net
글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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