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리랑카 노동자 인권 대변 난 다 스님

기자명 채한기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불자 외국인 노동자 10%이상 개종”

불교계 지원은 거의 전무

노동자 대부분 교회 찾아

신행위한 사찰 마련 시급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삶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합니다. 겨울이면 석유 한 통 조차 사기 힘들어 사글세 방에서 삼삼오오 몸을 맞대며 몸을 녹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지난 해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난다 라타나 스님은 박사 논문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시간을 쪼개 자국민 노동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느라 동분서주한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핸드폰이 울리고, 스님은 공장과 법원, 경찰서를 오가며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난다 라타나. 우리말로 옮기면 ‘난다’(Nanda)는 ‘행복’을 ‘라타나’(Ratana)는 ‘삼보’, 또는 ‘보석’을 의미한다. 1976년 10살의 어린 나이에 패엽경으로 유명한 ‘알루비하라 ’사원으로 출가한 스님은 지난 1994년 한국의 선불교를 탐구하고자 한국땅을 밟았다. 3년간의 언어연수를 거쳐 1997년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입학한 스님은 불교학에 몰두하면서도 자국민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려도 보상은 커녕 곧바로 좇겨나가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뒷모습을 보며 스님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은 한국말이 서툴러 관계자들에게 항변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였다. 스님이 인권대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언어연수를 마치고 나서였다.

<사진설명>난다 리타나 스님은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교회를 찾는 것은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사건은 임금체불입니다. 한국에 입국할 때 2년정도 보장 받고 1년 연장 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한 직장서 오래 있을 수 없기에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몇 푼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심지어 귀국 날짜를 사전에 알고 있는 악덕 사주는 돈을 한 번에 다 준다고 해놓고도 날짜가 임박해서는 기다리라고만 할 뿐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받을 임금 중 일부라도 달라고 애원하며 적정선에서 타협을 볼 뿐이다. 당장 실직하면 오갈데도 없다.

이런 현실임에도 한국불교계에서 자비의 손길을 내미는 단체는 극히 미미하다. 경불련과 난다 라타나 스님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다 라타나 스님은 친분이 있는 불자들에게 “불교국가에서 온 불자 노동자들에게 자비심을 내어달라”고 호소하며 생필품을 지원 받아 노동자들을 찾아 위문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원력으로 1만여명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그들을 위로(?)해 주는 단체는 대부분 기독교 단체다.

“기독교 단체들은 교회 옆에 컨테이너를 마련해 실직했을 때 머물게 해줍니다. 사실 많은 노동자들이 교회를 찾아 의료혜택과 생필품을 받습니다.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이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그들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실직자들이 잠시나마 머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아픈 가슴을 달랠 수 있는 사원이 더욱 절실한 실정입니다. 한국 사찰 양식의 사원이 아니더라도 일반 건물에 탱화와 부처님만 모실 수 있는 공간이면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처님을 친견해 온 그들은 부처님 앞에서 향을 사르며 자신과 동족을 위로하며 이 현실을 극복하고 싶어합니다. 방사까지 마련할 수 있는 사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기독교 단체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교회로 향한다. ‘불교국가의 국민’이라는 자존심을 지키려 애쓰지만 이미 개종을 시작한지 오래다. 난다 라타나 스님은 “1만여명중 약 10%는 개종했을 것”아라고 단언한다. 각 지역에 한 사원씩만 들어서더라도 불자 노동자들은 교회 보다는 사원을 찾을 것이다. 그들이 이 땅에서도 부처님 품안서 머물 수 있도록 불자들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