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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등과정에 불교과목 첫 채택

기자명 탁효정
  • 해외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사진설명>독일 최초의 불교 교사 레나테 노악 씨가 베를린불교회 법당에서 예불 준비를 하고 있다.

독일 최초로 중고등학교 과정인 김나지움에 불교가 정규과목으로 개설됐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9월 5일자에 “독일 최초로 베를린의 두 공립 김나지움에서 불교가 교과 시간표에 편성됐다”고 전했다. 또 “달라이라마가 직접 독일 최초의 불교 교사 레나테 노악(54) 씨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내에 불교가 정규과목으로 편성된 것은 독일 내 불교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독일 사회에 불교가 학문적 차원이 아닌 ‘하나의 종교’로서 뿌리내리기 시작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라는 게 독일 불교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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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수업 어떻게 진행되나=독일 수도 베를린 미트가에 소재한 샤로튼버그(Charlottenburg)·존레논(John Lennon) 두 김나지움은 지난 8월 29일부터 불교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고 중2과정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불교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두 김나지움 측은 “학생들에게 종교에 대한 여러 관점을 제시하고, 세계의 종교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불교과목을 채택했다”며 “독일의 젊은 세대에게 불교의 자비와 관용, 타인에 대한 관대함, 책임감을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처님 생애-교리 지도

독일 학생들이 이번에 배우는 불교 과목에는 참선 수행과 복식 호흡을 비롯해 부처님 생애, 사성제, 팔정도 등의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불교수업을 맡은 교사 레나테 노악 씨는 “이 수업의 목적은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안내에 첫 번째 의미가 있다”며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 즉 열반에 이르는 중요한 과제는 수업에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일상생활에까지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불교과목 채택 배경과 의미=발틱연구소 이동호 소장은 독일의 불교 교과 채택에 대해 “독일에서 지금까지 불교가 공식적인 종교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볼 때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며, “동양의 철학으로 인식돼온 불교가 비로소 독일 사회에 종교로서 뿌리내리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김나지움은 한국의 인문계 중고등학교 과정에 속한다. 독일 교육법에 따르면 공립학교에서 종교나 윤리 과목을 학교나 주에서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독일 김나지움에서는 종교과목으로 개신교나 가톨릭을 택하고 있지만, 터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이슬람교를 종교 과목을 채택하기도 한다. 베를린의 두 김나지움에서 불교 과목을 선택한 것은 독일 불교인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불교를 정규교과로 승인받기 위한 베를린 불교회의 적극적인 노력도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베를린 불교회는 수년전부터 베를린 교육당국에 불교교과 채택을 요청했고, 올해 가을에야 비로소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수준 높은 철학-수행관 어필

베를린이 독일 내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지역에 속한다는 것도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이다. 바이에른 주와 같이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각 학교의 교실에 십자가가 걸려있을 정도로 기독교의 전통이 고수되고 있는데 반해 베를린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관용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독일 불교의 현황과 전망=독일 불교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는 40만명 정도의 불교 신자가 있으며, 수도 베를린에만 5000여 명의 불교신자가 있다. 그러나 불교를 종교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불교에 관심을 갖고 불교 수행법을 배우고 있는 잠재적인 불자까지 포함하면 독일내 불자가 최소한 100만명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독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한 철야정진과 생활 수행이 유행처럼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 기독교인들이 1년에 1~2번 정도밖에 교회에 가지 않으며, 주일 예배 참석자가 50~60대 노인층이 주를 이루는 현상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독일 불교계 활동에도 큰 힘

독일불교연합은 불교가 호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기독교에 대한 회의”와 “평화로움에 대한 갈망”을 꼽았다. 기독교 교단을 운영하는데 사용되는 종교세 납부를 거부하고 교회를 탈퇴하는 독일인이 늘어나는 추세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독일불교연합의 부단장 아가야니 씨는 “많은 서구인들이 기독교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으며, 자신을 영적인 삶으로 이끌어줄 새로운 길을 불교에서 발견하고 있다”며 “불교가 서구인들에게 최고의 순수와 완벽한 자기 정화를 추구할 수 있는 고도의 철학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달라이라마와 틱낫한 같은 스님들이 우리에게 만족스럽고, 관용적인 그리고 평화로운 삶의 모델을 전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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