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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태도

기자명 허성욱

‘나’에게서 비상구를 찾자

얼마 전에 어떤 부인을 만났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남편 때문에 죽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 만나 사랑할 때 방망이질하던 가슴은 어느 새 무감각해져 버렸고 걸핏하면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다투기를 밥먹듯 하니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 하소연을 쏟아 놓는다.

결혼해서 사는 사람이라면 그 부인의 심정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맹물 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갈 뿐 탈출구가 나타나지 않으니 이렇게 내 인생 끝이 나는 거 아닌가 하고 해가 갈수록 조바심이 날 만도 하다.

그래, 새 옷 사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이리 어울리고 저리 어울려 보아도 돌아오는 밤길에는 허탈감이 신발을 적신다. 하지만 아침이면 또 어디론가 나갈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니 점점 고약한 버릇이 주인 노릇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세상이 어떠하다고 항상 왈가왈부하는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은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가치의 주체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보다 깊고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면 이것을 깨달음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바탕을 갖추지 않는다면 아무리 헤매도 세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보는 놈이 어제의 그놈인데 어떻게 오늘의 세상이 오늘처럼 보일 수 있겠는가.

일체유심조라는 가르침이 있다. 세상은 내가 그것을 바라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세상의 온갖 의미가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남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는 태도는 성숙한 것이 아니다. 내 자신을 새롭게 하는 성숙한 태도가 갖추어질 때 박물관에 진열된 세상에 신선한 자연의 바람을 일게 할 수 있다.


허성욱 suhamat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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