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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고익진 교수 (1934~1988)

기자명 권오영

원시불교 연구 밑거름

88년 10월 17일 입적

평생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불교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병고(丙古) 고익진 교수는 한국불교학이 초기불교에 눈을 뜨게 한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초기불교에 대한 연구가 미천했던 1970년대 한국불교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학자 고익진은 그의 석사 논문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를 통해 불교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불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이후 그는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병폐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새로운 대안을 제안함으로써 한국불교가 나아가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193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53년 전남대 의과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고 교수는 대학에서 갑작스럽게 발병한 심장병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요양차 고향으로 돌아온 고 교수는 그의 어머니 김여화 여사가 창건한 광주 광륵사에서 불교를 처음 접하면서 인생의 진로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 깊은 산사에서 극심한 병고에 시달리면서 그는 어머니가 건네준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불교 사상에 심취하게 된다.


반야심경에 심취…입문

이후 그는 불교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65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 71년에는 同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74년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불교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이후 80년 동국대 ‘한국불교전서’ 편찬실장을 맡으면서 불교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결과물들을 도출해낸다.

한국불교학 연구에 있어 가장 시급한 기초자료로 지목됐으나 아무도 선뜻 나서 책으로 엮어내지 못한 ‘한구불교전서’ 작업을 그는 불교관계 문헌을 빠짐없이 집대성해 시대순, 저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83년 일승보살회 창립

현실문제에 외면하는 대부분의 학자들과 달리 고익진 교수는 불교에 대한 연구를 학문 탐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학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으로 83년 일승보살회를 창립한 그는 이후 많은 재가불자들을 상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이를 통해 불교 사상을 전파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학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이제 막 발휘하고자 할 무렵 그의 아킬레스건인 심장병이 또다시 재발해 그의 나이 55세 되던 88년 10월 17일 그는 학자로서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학자로서 평생을 불교학 발전을 위해 학문적 노력과 실천을 아끼지 않았던 고익진 교수는 비록 학자로서 노력의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현대불교학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밑거름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사진설명>고익진 교수가 85년 8월 광주 광륵사에서 일승보살회 회원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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