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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과 구정동 방형분

기자명 법보신문

인공 석실 갖춘 신라 유일한 유물

석굴암-불국사 창건주 김대성 무덤 추정

경주 구정동 방형분

위대한 문화 유산은 한 순간에 탄생되지 않는다. 어린 아기가 기어다니다 걷는, 노력을 통한 개선의 과정은 문화 유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곡식을 담은 조잡한 생활토기에서 수 천년의 기간에 걸친 개선의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고려청자의 탄생이 가능했듯이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초창기 모델에 대한 끊임없는 발전의 부산물들이다. 따라서 문화 유산의 양식과 탄생 배경을 연구하는데, 뿌리가 되는 유물에 대한 탐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 발전의 개념으로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유물들이 발견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 석굴암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불교 미술의 완결품’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이 위대한 유물은 태평양의 조그만 섬 이스타의 거석처럼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연습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초창기 모델이나 이에 영향을 받은 후대 유물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단 하나뿐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시행 착오나 연습을 통한 개선의 작업 없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형태의 유물이 어느 날 갑자기 탄생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유물은 비단 석굴암뿐 만은 아니다. 경주에서 불국사로 가는 도로의 북쪽 구릉에 위치한 사적 27호 구정동 방형분도 느닷없기는 마찬가지다. 신라 시대 경주 지역의 무덤의 대부분이 지하에 구멍을 파 상자형 나무덧널을 넣은 후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덮는 원형의 돌무지덧널무덤이었다.

이에 반해 구정동 방형분은 경주 지역에 남아있는 무덤으로는 유일하게 사각의 방형인데다 석굴암처럼 내부를 돌로 쌓고, 입구까지 내 놓은 특이한 형태의 무덤이다. 1920년 일제에 의해 조사됐지만, 귀족의 무덤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이에 대한 연구보고서 한편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축적된 기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이런 유물에 대해 외국 문화의 유입으로 설명하는 학자들의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야 사학자 성낙주씨는 1999년 석굴암-그 이념과 미학에서 석굴암이 로마 판테온 신전과 외형적으로 빼 닮았다는 점을 들어 석굴암 설계 도면과 기술자들이 외국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경주 고분에서는 후기 로마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유리 제품이 다량으로 출토되기도 했다. 또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하는 유물이 1960년대 구정동 방형분에서 발견된 탱주석이다. 높이 73cm의 이 탱주석에는 괘릉의 무인상과 거의 유사한 얼굴 형태의 서역인이 힘찬 몸짓과 함께 부조돼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추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석굴암의 도면은 서역인들이 들여왔으며, 축조과정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들이 또 구정동 방형분을 제작했다. 이렇게 해서 석굴암과 구정동 방형분은 둘 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역사 속에 튀어 나온 것이다. 신라인들의 작품으로 돌로 쌓은 인공 석실이 남아있는 유물은 석굴암과 구정동 방형분이 유일하다. 또 구정동 방형분은 불국사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공사에 참여했던 서역인들은 구정동 방형분 축조에도 참여했으며, 아마도 불국사, 석굴암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김대성이나 그 후손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자신들의 모습을 분묘에 남기지 않았을까라는 추론도 이래서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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