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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경전 한역, 성하 방한 만큼 중요”

한-티베트 교학 교류 ‘로상 중니’ 스님

『법보신문』은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올 8월 8일과 11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카르마파와 달라이라마를 각각 만나 직접 인터뷰했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두 지도자는 한결같이 ‘한국-티베트 불교의 교류’에 관해 높은 관심을 표출했으며 특히 달라이라마는 한-티베트 불교 교학 교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티베트 불교 최고의 권위와 실력을 상징하는 ‘하람 게쉬’(Geshe) 학위를 취득한 티베트 스님 ‘로상 중니’가 9월 말 방한했다. 보성 대원사에 머물고 있는 중니의 방한 목적은 달라이라마의 뜻을 적극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티베트 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해 한국 불자들이 티베트 경전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스님이 이 땅에 온 궁극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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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존경하고 보살의 화신으로 추앙하는 달라이라마 성하가 올 수 없는 한국엔 왜 오셨습니까.’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질문에 ‘게쉬 로상 중니’(39)는 “어렵다고 안하고 보기 싫다고 피하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며 우문을 고스란히 드러나게 한다. 그리고 그는 더 적극적으로 “성하의 바른 법, 티베트 불교를 한국에 곧이곧대로 전하는 일이 곧 성하가 방한하는 것이며 티베트 불교가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 일”이라며 ‘티베트 대장경의 한글 번역 불사’에 대한 의미를 되짚는다.


보성 대원사 머물며 한글 배워

달라이라마 역시 ‘하람 게쉬’ 성취자를 한국에 보내면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람 게쉬 학위 스님 ‘로상 중니’의 방한은 그 의의가 결코 작지 않다.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티베트의 한 스님이 방한한 것이 아니라 ‘한국-티베트 불교 교학 교류를 위한 가교’를 이 땅에 번듯하게 개통한 것이다.

백제고찰 대원사는 로상 중니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티베트 전통 양식의 수미광명탑과 티베트 박물관이 산문의 문턱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람살라를 떠나 이 곳에 온지 불과 40여일 남짓 됐으나 스님의 일과는 오랜 고향에 온 것처럼 익숙하고 또 그리 느슨하지도 않다.

<사진설명>'게쉬 로상 중니'스님은 티베트 경전을 한글로 번역해 한국 불자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성하의 방한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역시 한글을 배우는 일이지요. 아침 6시 일어나 대원사 대웅전을 들른 후 지장보살과 아미타 부처님께 예를 갖춥니다. 그리고 오전 10시부턴 한글을 배웁니다. 매주 토요일 티베트 불교에 관심이 많은 한국 불자 3명에게 불교 강의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어요.”

스님이 한글을 배우는 첫 째 목적은 티베트 대장경을 번역하기 위함이지만 다른 뜻도 있다. 바로 한국의 불교를, 한국 불교의 참 의미를 배우기 위해서다.


한국불교 진면목 참구하고 싶어

스님의 방한은 올해로 16년째 다람살라에 머물며 한국과 티베트 불교의 교류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청전 스님이 인례하고 이를 달라이라마와 중니의 은사 ‘게쉬 롭상 갸초’와 ‘게쉬 틸레 톱겔’이 쾌히 허락해 성사됐다. 앞으로 1년 간 대원사에서 머물며 우선 한글을 배우고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는 대로 경전 번역과 티베트 불교를 알고 싶어하는 한국의 사부대중을 위한 강의에 나설 작정이다. 스님은 전남대가 운영하는 10주간의 한국어 어학 과정에 등록해 본격적인 한국어 학습에 나섰다.

“티베트 불교의 학인 교육 기간은 보통은 15년, 게쉬 학위를 취득하려면 20년이 걸리는 데 너무 길지 않나요.”

질문에 대한 스님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명료하다.
“15년 아니 교육 기간이 20년이라고 합시다. 부처님의 법을 공부하는 데 20년은 결코 길지 않아요. 왜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또 깨닫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물론 깨달은 후 바른 법을 대중을 위해 널리 펴고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늘 자비로울 수 있다면 비로소 어느 정도 불법을 공부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인도 북부의 마날리로흐탕이 고향인 스님은 “티베트 불교는 이생(一生)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생(前生)에서부터 앞으로의 몇 생까지 내다보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그 기간이 길어 보일 수도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한국 불교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한 스님은 아주 의미 있는 말을 한 마디 던진다.


티베트, 여러 生 생각하며 수행

“아침에 법당에서 기도하던 한국의 한 여성 불자가 오후가 되니 뻔데기 장사를 하는데 불자가 그럴 수 있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다 보니 곤충 한 마리조차, 하물며 모기 한 마리도 잘 해(害)하지 않는 지극히 ‘티베탄 스러운 말’이다.


보성=남배현 기자

광주지사=김경태 지사장 kkt@beopbo.com



# 하람 게쉬란?

다람살라 이외에 티베트 승려 교육 기관이 몰려 있는 곳은 바로 남인도이다. 남인도에는 교육 기능을 갖춘 세 개의 큰 사찰이 있는 데 바로 세라, 테퐁, 간덴 사원이다. 게쉬 로상 중니가 수학한 곳은 바로 ‘세라메 모나스틱 유니버스티’(Sera-mey Monastic University)이며 스님은 이 곳에서 지난 80년부터 99년까지 아비달마, 반야경, 율장, 중론, 인명 등 5개의 큰 경전을 공부한 뒤 99년 10월 2일 게쉬 중 최상인 ‘하람 게쉬’ 시험을 통과했다. 세라메 유니버스티에는 4,100명의 학인이 수학 중이며 한 해 ‘하람 게쉬’를 득하는 학인은 둘, 셋에 불과하다.

게쉬 학위는 크게 4등급으로 나누는 데 그 첫째가 ‘하람 게쉬’이며 ‘소그람’, ‘링세’, ‘리그람’ 게쉬가 그 뒤를 잇는다. ‘하람 게쉬’ 시험은 여러 개 사찰의 게쉬 스승들이 수험생 학인에게 자유롭게 질문하고 학인은 이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게쉬 시험 역시 체니, 즉 대론(對論)으로 실시된다. 게쉬 시험이 어려운 이유는 시험 전 6년여 동안 매년 위 단계로 올라 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이 계속되며 시험에서 한 번 떨어지면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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