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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속의 부처님

기자명 혜민 스님
입과 마음이 짓는 업의 파장

물 같은 무생물도 느끼고 반응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다 보면 지하철 안이나 역내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칠레와 같은 남미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자기 나라 고유의 악기와 전통 의상을 입고 자기 나라 민요를 부르는가 하면, 우리나라의 아쟁과 비슷한 악기를 중국인 할아버지가 구슬픈 가락으로 연주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운이 좋으면 음대 대학원생들이 정장을 하고 나와 첼로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근사한 화음으로 연주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선사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음악을 들을 때마다 지하철이 지나가면서 내뿜는 차가운 금속성의 소음이 어느 정도 정화되는 것 같아 길거리 음악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얼마 전 우연히 어떤 일본인 학자가 쓴 물과 관련된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 의하면 물도 사람처럼 의식이 있어서 우리가 좋은 말이나 좋은 음악, 좋은 사진을 들려주거나 보여 주면 물도 그에 따라 일정한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에게 “너 참 예쁘다”라는 말을 자주 해 준 후에 물의 결정을 살펴보면 물은 빛을 내는 예쁜 결정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에 물에 대고 “너 망할 놈” 이란 말을 자꾸 해 대면 찌그러지고 볼 품 없는 물의 결정 모습이 현미경 아래에 떠오른다는 것이다. 물에 대고 기도를 할 때 기도하기 전과 후의 상태를 또 살펴보면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물이 기도 전에는 비뚤어진 얼굴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가도 기도 후에 다시 보면 물의 결정의 모습은 부처님이나 큰 성인들의 머리 뒤로 비취는 후광처럼 보이는 빛이 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세상 있는 물건 하나하나 막 함부로 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내가 만들어 내는 소리의 진동, 마음의 파장이 내 주위의 물건 하나 하나에게 스며들면서 전달되는 것이다. 물 한잔을 따라서 주어도 어떤 마음으로 그 물을 주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약수 (藥水)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독수(毒水)가 되기도 하는 셈이니 참으로 조심해야 될 일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가 좋은 마음을 가지고 세상의 물건을 대하면 그 물건들도 스스로 좋은 진동을 만들어 우리를 이롭게 한다는 이치다. 세상에 전해지는 우리의 말과 마음의 진동이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물건에 의해서도 우리에게로 다시 되돌아오니 이러한 인과(因果)의 법은 너무나 정확하고도 무서운 것이다. 화엄경을 보면 “이 세계 티끌 하나하나 마다 헤아릴 수 없는 부처의 세계가 들어 있다고 적혀 있다.” 세상의 만물을 부처님 모시는 마음으로 정성껏 대하다 보면 하찮아 보이는 티끌 안에서도 우리는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내 몸가짐과 마음이 부처님을 항상 향해 있으면 나 또한 점점 부처님과 같은 파장으로 진동하여 결국에는 내 본성이 곧 부처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운이 좋게도 오늘 따라 지하철역마다 많은 거리 음악가들 볼 수 있었다. 특히 돌아오는 길에 어떤 흑인 재즈 뮤지션이 솔로 기타 연주를 했었는데 지금 글을 쓰는 이 밤에도 그 기타의 선율이 내 가슴속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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