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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민을 잊지 말자

기자명 승한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21.04.12 13:26
  • 수정 2021.04.12 13:28
  • 호수 1581
  • 댓글 0

‘미얀마 사태’에 관한 글을 또 써야하는 마음이 퍽 참담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몸소 겪은 세대이기에 그 마음은 더욱 참괴하다. 전쟁에서도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막’ 대하지는 않는다. 전범 재판이 두려우므로. 동물에게조차 동물권이 있다. 하지만 지금 미얀마 국민에겐 법도 없고 인권도 없다. 오직 (짐승만도 못한) 무참한 살육과 도륙만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인간이 망각의 존재’라는 것이다. 불과 2년 전(2019년), 중국으로의 범죄인 송환법 철폐 등에 반대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벌인 홍콩 민주화 시위(10명 사망, 2100명 부상)도 어느덧 우리의 인식 속에 먼 옛 일로 기억되고 있다. 2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미얀마 사태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2월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수백 명의 민주화 시위대가 도륙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장애물에 가로막혀 구호만 있을 뿐, 미얀마 국민의 살육을 멈추게 하진 못하고 있다. 4월1일 현재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의 총탄에 쓰러져간 국민의 숫자는 543명으로 밝혀졌다. 그 가운데 최소한 43명은 16세 이하 어린이라고 한다. 6살, 9살, 11살, 14살, 15살, 16살밖에 안 된 소년소녀들이 무엇을 안단 말인가. 심지어 부상당한 어린이 중에는 눈에 고무탄환을 맞아 실명된 1살짜리 영아도 있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하루에 114명이라는 가장 많은 국민이 숨진 미얀마군의 날(3월27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과 군장성들은 성대한 ‘축제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경악스럽다.

그 살벌했던 5·18광주민주화운동 때도 그러진 않았다.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5·18광주민화운동 때 숨진 사람은 218명, 행방불명자는 363명, 부상자는 5088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때도 우리 국민은 전두환 군부의 잔학무도함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과 슬픔과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 미얀마 국민들이 겪고 있을 고통과 슬픔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도 못할 지경이다. UN과 미국 등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미얀마 군부에 경제제재와 함께 큰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와 불교계를 비롯한 많은 종교단체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그 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물론 UN과 미국 등 강대국들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국제평화유지군 등을 보낼 수도 없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이 일상적인 일로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이 떠오른다. 지옥편은 ‘신곡’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부분이자, 불교의 지옥도하고도 묘사가 비슷하다. 그래서 삶과 세상이 고통스럽고 험악할 땐 자주 되새겨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중 다음의 묘사는 단테가 작금의 사회를 예언한 것 같아 서늘하기까지 하다.

 “나를 지나는 사람은 비탄의 도시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영원한 고통으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망자에 이른다.//… / 여기에 들어오는 그대,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나를 거쳐서 길은 황량의 도시로,/ 나를 거쳐서 길은 영원한 슬픔으로,/ 나를 거쳐서 길은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오늘 미얀마 사태를 지켜보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뒤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울부짖던 노래가 생각난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 미얀마 사태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이 노래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미얀마 국민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한 미얀마 국민을 위해 모든 실천을 해야 한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581호 / 2021년 4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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