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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평화 바라는 불자들 염원 모이면 미얀마에도 봄이 올 겁니다”

‘부처님 나라’ 미얀마서 소중한 생명 죽어가는 건 안타까운 일
당장 달려가 도움을 줄 수 없지만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미얀마 국민들 행복 염원하며 기도한다면 반드시 변화는 있어

홍법사는 매월 1일부터 3일까지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정진 법회를 봉행합니다. 개인의 발원도 중요하겠지만 4월에는 입재일에 말씀드렸다시피 ‘미얀마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며’라는 주제 아래 기도를 봉행했습니다. 오늘은 기도 3일차 회향을 맞아 이 법당에 모인 스님과 불자님이 자신 앞에 연꽃초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법당 한가운데 미얀마 국기에 그려져 있는 별 모양을 연꽃초로 표현하며 미얀마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런 기도가 미얀마 평화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미얀마라고 하는 먼 나라에 당장 쫓아갈 수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런 형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나라’라고 기억하고 있는 미얀마는 정서적으로 볼 때 불교의 향기가 굉장히 강한 곳입니다. 그러한 미얀마가 일부의 탐욕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 무차별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미얀마의 참혹한 현장을 그냥 외면할 수 없습니다. 당장 달려가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이 기도를 통해 평화를 기원하며 우리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정치적인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다만 부처님 말씀에 “다른 생명에 폭행을 가하지 마라. 내가 맞으면 기분이 나쁘고 고통스러운 것처럼 내가 그렇다면 다른 존재도 그러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소중하다면 다른 생명도 소중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오늘 다라니 기도에 이어 ‘자비송’을 함께 들었습니다. 이 ‘자비송’의 말씀처럼 모든 생명은 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무차별하게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우리가 함께하고자 오늘 이 시간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미얀마를 두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25년 전에도 그랬고 5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땅은 평화롭고 사람은 순박했습니다. 미얀마를 떠올리면 미소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멀게 느껴졌던 위빠사나 명상수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접하고 돌아온 기억입니다. 곳곳에 부처님의 업과 부처님을 믿는 많은 사람이 공존하는 그런 불교의 나라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억하고 있는 미얀마는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어디에나 어느 시기에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의 노예가 된 일부의 권력이 있었습니다. 항상 평화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사욕을 추구하는 경우가 역사 속에서 무수히 나타나고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불과 수십 년 전 우리나라도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역사를 여러분께서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정치적인 상황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보도되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미얀마의 피해는 심각합니다. 단기간에 벌써 600명이라고 하는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어린아이의 희생도 200~3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어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국제사회가 어떻게도 관여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먼저 고통을 여의는 일입니다. 고통을 여의고 행복을 추구하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지금 미얀마 땅에는 고통을 여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오히려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고통은 아수라장을 만들고 그곳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이 이유 없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 현실은 가까이에서도 참혹한 상황이지만 멀리서 바라봐야만 하는 입장에서도 너무 가슴 아픈 일입니다. 부처님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 그 미얀마가 일부의 욕심으로 인해 이렇게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참회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단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마음을 모으는 일을 평화운동의 시작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 염원이 모이고 모여 앞으로 미얀마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이 기도를 계기로 해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계종과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도 귀를 기울이며 단위 사찰인 홍법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불자님들께서도 자신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미얀마의 평화를 위해 마음으로 공유하는 것이 불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으로 동참하여 주시길 기원합니다.

우리가 하는 기도와 염원, 작은 몸짓 하나가, 또 작은 기도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미얀마의 새로운 봄을 전달하고 일깨워주는 그런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늘 우리가 기도하는 공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불교인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소극적인 움직임에 다소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미얀마 사태에 대한 여러 종류의 기사를 접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 등 이웃종교계의 평화기도 소식이 많이 올라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불교계에도 앞장서서 미얀마 평화기원 운동에 동참해주시는 스님과 불자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기원의 장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불자들이 ‘불교의 나라’라고 인식하는 미얀마를 향한 평소의 관심에 비해 평화의 기도와 기원의 법회 소식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하는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현실이 더 큰 과제로 다가옵니다. 당장 홍법사에서도 사람이 모이는 법회나 행사는 되도록 자제하고 온라인 법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안전수칙을 지키고 방역에 최선을 다해도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 절실한 것이 기도이고 마음을 모으는 일입니다. 혹여 ‘지금은 법회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도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염원이 있다면 우리 불자들이 정성을 모을 수 있는 실천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경전에서 본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어느 날 작은 불씨로 인해 큰 산불이 났습니다. 그 화재 현장을 본 자그마한 새가 날개에 물을 묻혀서 화재 현장으로 날아가 힘차게 날개를 퍼덕거리며 물을 쏟아내기를 반복했습니다. 큰 산불이 어떻게 그 작은 새의 날개에 묻은 물로 꺼질 수 있겠습니까. 주위에서는 새의 몸짓을 보며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새가 무엇이라고 했겠습니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한 숲에서 같이 살아왔던 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넋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숲에서 같이 살았던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기도 역시 이러한 측면입니다. 

이 기도로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인연이 닿는 미얀마 관계자들과 공유하면서 우리 지역에서 미얀마를 후원하는 모임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자문을 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그분들을 격려하는 일만 하더라도 어쩌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법회를 계기로 부산지역 포교도량 모임인 전법도량과 함께 기도하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전법도량 의장 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과 의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 달라이라마 존자님께서는 코로나 종식을 발원하는 기도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기도문을 우리가 염송했던 것처럼 미얀마 평화를 위한 기도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오는 불자님들도 계십니다. 저는 앞서 이 법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들었던 ‘자비송’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매일 ‘자비송’을 듣고 염송하시는 것이 미얀마를 위한 평화의 기도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또 불자님들께서 자주 염송하시는 ‘광명진언’도 좋은 기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회 홍법사의 정기법회에서도 미얀마 평화기원 기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존재의 아픔을 보았을 때 그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불자님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그 길을 함께 가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4월3일 홍법사 대웅보전에서 봉행된 ‘4월 신묘장구대다라니기도 회향-미얀마 평화와 안전을 위한 특별법회’에서 주지 심산 스님이 설한 내용입니다.

 

[1581호 / 2021년 4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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