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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반세기 전의 울림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1.04.12 16:40
  • 수정 2021.04.12 16:41
  • 호수 1581
  • 댓글 0

58년 전 법정 스님 글에 담긴
교육·인재 양성 소홀에 대한
걱정·조언 오늘날 모습인 듯
현실 안주하다 갇혀 버린 꼴

“걸핏하면 3대 사업(교육, 역경, 포교)이 어떻고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그 일은 시급한 저희들의 과제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긴요한 것이 당신의 혜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임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이 없다는 이 집안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런 일들은 지금껏 입으로만 축문처럼 외워지고 있을 뿐 실제로는 거의 무시되고 있습니다. 지금 몇몇 사원에서 벌이고 있는 강원이나 선방이라는 것도 진정한 의미에서 당신의 뜻을 이어받을 눈 밝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한낱 도량 장엄 정도로 차려 놓은 것에 불과한 인상입니다. 

그것은 실로 ‘교육’이라는 말조차 무색하리만큼 전근대적인 유물로서 박물관 진열장으로나 들어가야 할 쓸모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대적인 방법론도 구체적인 계획성도 부재합니다. 대개의 경우 가르치는 이나 배우는 사람들이 ‘종교’가 무엇인지, 혼미한 오늘의 현실에 ‘종교인’으로서 어떠한 사명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풍문으로나마 가르치고 배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현대라는 시점에서 소위 일체중생의 길잡이가 될 인재를 기르기 위한 종교교육이라면, 동시대적인 사명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철학이 두뇌의 영역이라면, 종교는 심성의 영역일 것입니다. 메마른 심장으로서야 자신은 고사하고 어떻게 이웃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습니까?”

글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은 비단 혼자만은 아닐 것입니다. 갑자기 현실 자각적인 글을 쓰려니 용기가 조금 부족해서 옛글을 받아 적어봅니다. 놀랍게도 이글은 58년 전에 법정 스님께서 ‘불교신문’에 투고한 글입니다.

강원에 다닐 때 이 글을 읽으면서 그 당시에도 정말 마주한 고답한 현실에 관해 도반들과 함께 울분(?)을 삼키며 철저한 개혁을 토론하곤 했었습니다. 벌써 또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현재의 자화상도 더없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당시 도반스님들과 ‘출가 교육의 현실이 이런 꼴인데 어느 눈 푸른 젊은이가 구도에 뜻을 두고 출가의 길로 들어오겠는가? 머지 않아 올바른 출가자마저 끊어질게 뻔하지 않은가?’ 하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현재 입산자 수가 우리들의 출가 시기에 비하면 무려 20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출가자 격감은 불교의 미래를 한없이 암울하게 하는 가장 큰 문제일뿐 아니라 당장 사찰 운영의 현실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행자가 없어 큰 절에서는 기본적인 일상마저 쉽지 않다고 한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전통 강원과 승가대학은 학인이 없어 사실상 교육체계가 무너져 가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법정 스님의 글을 다시 보다 보니 미래는 초라한 모습으로 불쑥 나타나지도 않지만 무작정 영웅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교육은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의 영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사회에 비춰지는 현재 승가와 불교의 모습에는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들이 변화와 변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의 모습에 집착하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모습으로는 새로운 미래는 고사하고 현실의 벽도 넘어서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성원 스님
성원 스님

매년 화려한 꽃 치장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나는 봄의 모습에 속아 우리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두려워집니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81호 / 2021년 4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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