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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시공사, 황룡사 향한 횡포 멈춰야

인천 황룡사(주지 진철 스님)는 1974년 세워진 천태종 소속 도심 사찰이다. 인천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인 황룡사는 그동안 경로잔치, 무료급식, 새터민·동티모르 유소년축구단 템플스테이 등 지역 사회에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는 사찰로 자리매김하며 인천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최근 황룡사는 문자 그대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상황에 직면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인천시가 서구 백석동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한들지구는 이 지역 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추진하는 민간 도시개발사업 지구로 조합은 1900억원을 투자해 약 4800채의 주거단지(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들지구에 들어설 주거단지는 무려 25개 동이 포함된 대단지로 각 건물은 120m 높이의 40층, 초고층 건물들이다.

공사현장에서 황룡사 앞까지의 거리는 불과 30m.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현재 황룡사는 온갖 소음과 공사 먼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오전 5시부터 트럭이 지나가는 등 공사가 시작되다보니 법회나 수행 등 정상적인 종교활동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문제다. 황룡사 주지 진철 스님에 따르면 사찰 주변에 들어설 건물들은 애초 15층 높이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시공사가 바뀌면서 40층으로 뒤바뀌었다. 완공되면 일조권이 침해당할 위기다. 게다가 주민들 입주가 이뤄지면 사찰의식과 종교활동이 불편하다고 역민원이 들어올 수 있음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이 인천시에 문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내가 승인한 계획이 아니라서 나는 잘 모른다”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그나마 최근 인천 서구청 측이 시공사와 황룡사간 중재를 위해 지속적인 의견 취합과 조율로 서로가 만족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부처님께서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법을 설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공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 황룡사 주변 상황은 어떤가. 불보살님이 모셔진 도량이자 사부대중의 ‘집’인 사찰은 건설계획이 변경되면서 더 큰 피해를 입게 됐다. 황룡사가 아파트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서로 충분히 협의하고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데 있다. 이제라도 인천시와 시공사는 공사 강행을 멈추고 황룡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게 순리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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