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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종교적 신념 갖고 먼저 나서야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문제의 위기가 이제는 우리 눈앞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선거에서도 가장 큰 정치의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이 문제의 해결에 합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정치권에서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세력이 거의 없고, 구체적인 정책 제시도 없어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정치의 영역에서 과연 해결 가능한 것일까? 여러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물음을 던지는 까닭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유지를 바탕으로 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전제는 무엇인가? 욕망의 충족을 가치 있는 것으로 삼는 것이다. 욕망 자체에 대한 반성은 없다. 욕망을 계속 창출해 내면서, 그 욕망에 맞는 상품을 파는 것에서 그 체제가 유지된다. 욕망이 식으면 체제가 무너지기에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고 창출한다. 그러하기에 이 체제 아래서의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의 수십 배를 소모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가 무너진다.

자기 생존에 필요한 것의 수십 배를 소모하는 생물의 종,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인류이다. 이런 생물의 종이 자리하는 한 그 주변은 끊임없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은 그냥 수단일 뿐이다. 근본 지향이 바뀌지 않는 한, 과학기술은 그것에 봉사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욕망추구에서 오는 부작용을 완화하고 제거하면서, 더더욱 욕망의 추구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삶의 모습, 참된 생명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 없이는 정치적 영역에서건 과학기술의 영역에서건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인류가 초래하는 위기를 인식했다고 하자. “나 죽기 전까지는 괜찮을 거야”라는 계산이 있으면 문제를 슬그머니 미루게 된다. 한 개인이 용기 있게 다른 방향의 삶을 택하게 되면? 이 사회의 거센 흐름 속에서 소외되고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 국가가 다른 방향을 택할 수도 없다. 국제적 경쟁관계에서 완전히 뒤쳐지고 묻혀질 수밖에 없다. 총체적 난국이다. 근본 틀이 이러하기에 정치적 영역의 노력은 위기를 늦출 수는 있어도 해결로 나가는 길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종교가 나서야 한다. 모든 계산과 이해관계를 떠나 “그러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참된 길을 제시하는 종교가 아니라면 해결의 길이 없다. 종교라면 국경을 넘어서 인류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기에 세계를 움직이는 흐름을 일으킬 수 있다. 불교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상을 무분별하게 소모하는 것은 다른 생명의 몫을 도둑질하는 ‘투도’입니다. 도둑질을 당한 생명들은 생존경쟁 속에서 죽어 나가기에 ‘살생’이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참 생명을 구현하려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신을 받드는 다른 종교라면 “그러한 삶은 신의 뜻에 어그러지는 삶입니다. 신의 뜻에 따르는 참된 삶을 살아갑시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개인에 맡겨서는 안 된다. 범종교적인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불교가 환경과 기후문제에 대응하는 선언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모습과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타종교와 공유하고 연대하며, 정치적인 영역과 새로운 공동체운동의 영역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인 의식의 각성과 전체적인 연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어렵고도 먼 길! 그렇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이것 밖에는 길이 없다. 그리고 불교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하는 길이요, 그 길에 용기 있게 나서는 것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불자들의 사명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82호 / 2021년 4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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