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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붓다에게 연장자를 공경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라문을 교화하다

무명을 깨친 이가 가장 연장자이며 최상자

손님이나 나이 많은 연장자
공경하지 않는 부처님 힐책
나이 어려도 무명을 깨치면
그 사람이 공경을 받아 마땅

동서양을 막론하고, 연장자를 공경하는 것은 그 형식은 달라도 동일하다. 동양은 그 형식면에서 서양보다는 발달했지만, 형식이 발달했다고 해서 동양이 서양보다 연장자를 더 공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할 측면이 있다. 형식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담보되어야 한다. 한편 생물학적 나이가 많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공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경이란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존경이 전제되어야 되는 것이다. 공경이 형식이라면 인격이 내용이 된다. 인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는 공경이란 형식을 갖추지 않는다. 때론 형식적으로 공경을 표할 수는 있어도 그것은 공경이 아니다. 

‘앙굿따라니까야’에 ‘웨란자의 경(Verañjasutta)’이 있다. 이 경에서는 연로한 바라문들을 공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처님을 비난하는 바라문 웨란자가 소개되고 있다.

[웨란자] 존자 고따마여, 저는 이와 같이 ‘수행자 고따마는 늙고 연로하고 나이가 들고 만년에 이르러 노령에 달한 바라문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일어서서 맞이하지 않고 자리에 초대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수행자 고따마여, 그것은 정말 사실이었습니다. 존자 고따마여, 그것은 원숙하지 못한 것입니다.
[붓다] 바라문이여, 나는 신들과 악마들과 하느님들의 세계에서 바라문[성직자]들과 사문[수행자]들, 그리고 왕들과 백성들과 그 후예들의 세계에서 내가 인사를 하고 일어서서 맞이하고 자리에 초대할 만한 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바라문이여, 여래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서서 맞이하고 자리에 초대한다면, 그의 머리가 부수어질 것입니다.

당시 인도의 풍습을 보면, 손님이 오거나 연장자가 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자리를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연로한 바라문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바라문 웨란자는 이러한 소문을 들었는데, 본인이 직접 확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원숙하지 못한’ 행위라고 힐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온 세상에서 ‘여래’에게 인사받을 만한 자는 없음을 천명하고 계신다. 

세속의 삶은 나이로 장유(長幼)를 따지지만, 수행자의 삶을 어찌 육신의 나이로 따지겠는가. 부처님께서 승단의 질서를 출가의 순서로 정한 것은 세속의 나이를 불문하고, 수행만을 갖고 기준을 삼겠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수행자의 삶에서는 출가한 지 오래된 것만으로 장유를 따지면, 이것 또한 세속의 장유질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지의 세계를 타파한 깨달음이 중요하게 된다.

[붓다] 바라문이여, 예를 들어 한 마리의 암탉이 있는데 여덟 개나 열 개나 열두 개나 계란을 올바로 품고 올바로 온기를 주고 올바로 부화시킬 때, 어떤 병아리가 병아리들 가운데 첫 번째로 발톱이나 부리의 끝으로 알 껍질을 쪼아서 안전하게 알 껍질을 깨고 나온다면, 그 병아리를 손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손아래라고 할 수 있습니까?
[웨란자] 존자 고따마여, 손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붓다] 이와 같이 바라문이여, 나는 무명에 빠진 계란의 존재와 같은 뭇 삶들을 위하여, 둘러싸인 무명의 껍질을 깨고 홀로 세상에서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바르고 원만히 깨달았습니다. 바라문이여, 나는 참으로 손위고 세상의 최상자입니다.

세속의 나이란 허울에 불과한 것이다. 나이로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가장 하책에 해당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덕목들이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부끄러움, 양심, 계율, 믿음, 다문, 보시, 지혜’의 7가지를 아들 라훌라에게 유산으로 주셨다. 하지만 이는 부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주신 유산이기도 하다. 비록 나이가 어리다 해도 이 유산을 잘 지키는 자가 공경 받아 마땅한 사람일 것이다. 웨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진실한 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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