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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다

기자명 희유 스님

마스크 일상돼 얼굴 낯설어도
평소 몸에 스며든 말·행동이
인상을 통해 그대로 나타나
가리기보단 가꾸는 노력해야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생긴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요즘은 모두가 미남 미녀”라는 말이다. 마스크 위로 눈과 이마만 보이니 모두가 잘생겨 보인다는 뜻이다. 

며칠 전 신규직원 채용을 위해 면접을 보았다. 모두가 인물이 훤해보였다. 하지만 본인 확인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고 보니 그 첫인상이 각양각색이었다.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얼굴의 중심은 코이고 입 또한 인상의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가끔은 마스크를 벗은 직원의 얼굴이 상당히 낯설어 보일 때도 있다. 이러니 코로나 상황에서 만난 사람들을 나중에 만나면 못 알아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공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평소 꾸준히 한다면 어려울게 없지만 어쩌다 한 번 생각 날 때만 한다면 어찌될지 뻔한 일이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부처님께 기도하는 일이 많지 않다. 어쩌다 기도할 일이 있으면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어느 때인가 부처님께 마지를 올리면서 예경을 하는데 입에서 예경문이  자꾸 꼬이는 것이다. 평소 복지관이나 행사에서 한글 예경문을 사용하다가 오랜만에 절에서 한문 예경을 낭독하니 순간 머릿속이 뒤엉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반야심경’ 독송도 한글과 한문이 꼬여 뒤죽박죽이 되는 순간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아, 정말 습(習)이라는 것이 중요하구나’를 깨닫게 된다. 오랜 세월 익숙한 것이 편하여 나도 모르게 편한 것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도 마찬가지다. 습관이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익힐 습(習)’과 ‘버릇 관(慣)’이다. 즉 습관(習慣)이란 ‘오랫동안 되풀이해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한다. 오랫동안 익숙해져서 버릇이 된 것이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습관을 어느 쪽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 잘 생각해서 행동해야 한다. 그 습관들이 몸에 배어 바로 우리 얼굴의 인상으로도 나타나는 것이니 말이다. 평소 좋은 말을 하고 남을 칭찬하며 잘 웃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모습이 바로 얼굴에 스며있을 것이다. 그 인상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요즘 지인들로부터 받은 메시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우리가 얼마나 거짓에 막말을 했으면 입을 마스크로 틀어막고 살라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서로 다투고 시기하고 미워했으면 거리를 두고 살라하십니까? 우리가 얼마나 손으로 나쁜 짓을 많이 했으면 어딜 가나 손 씻고 소독하라고 합니까? 우리가 얼마나 열을 올리고 살았기에 가는 곳마다 체온을 체크하고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비밀스럽게 다녔으면 가는 곳마다 연락처를 적어야 합니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평소의 모습, 즉 습관을 꼬집는 말인 것 같다. 코로나 상황은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나쁜 말, 행동, 생각의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멀리 떨쳐내고 좋은 생각 습관으로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이루는 우리들이 되길 바라며 ‘화엄경’이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희유 스님
희유 스님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온갖 번뇌와 망상으로 얼룩져 있어 마치 큰 파도와 같다.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출렁거려 어떤 사물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속에 이는 물결이 잠잠해지면 모든 사물이 제 모습을 나타낸다. 연못이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면 물밑까지 훤히 보이는 것처럼’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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