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7. 번뇌를 제어하는 방법

기자명 마성 스님

번뇌 종류 따라 제어방법 달리해야 수행성과 커

‘삽바사와-숫따’서 번뇌 종류 맞게 제어하는 방안 제시해
봄·단속·수용·인내·피함·버림·수행 등 7개 방법으로 대처
일상생활에서 응용한다면 많은 번뇌들 줄일 수 있을 것

사진은 붓다가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들에게 설법하는 초전법륜상.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사진은 붓다가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들에게 설법하는 초전법륜상.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붓다는 ‘삽바사와-숫따(Sabbāsava-sutta, 一切漏經)’(MN2)에서 번뇌의 종류에 따라 그것을 제어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번뇌를 제어하는 것이 곧 수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경에서 붓다가 제시한 일곱 가지 번뇌와 그 대처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봄[見]으로써(dassanā) 없애야 할 번뇌들이다. 이른바 감각적 욕망에 기인한 번뇌(kāmāsava, 欲漏), 존재에 기인한 번뇌(bhavāsava, 有漏), 무명에 기인한 번뇌(avijjāsava, 無明漏)가 그것이다. 여기에 ‘견해에 기인한 번뇌(diṭṭhāsava, 見漏)’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번뇌들은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할 법들[如理作意]과 마음에 새기지 말아야 할 법들[不如理作意]을 꿰뚫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만일 마음에 새기지 말아야 할 법들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마음에 새겨야 할 법들을 마음에 새긴다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번뇌들은 일어나지 않고 이미 일어난 번뇌들은 사라진다. 그래서 붓다는 알고 보는 자만이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고,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자는 번뇌를 소멸시킬 수 없다고 가르쳤다.

둘째는 단속함으로써(saṃvarā) 없애야 할 번뇌들이다. 이것은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을 단속함으로써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를테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단속하지 않으면 곧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고,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잘 단속하면 곧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지 않는다.

셋째는 수용함으로써(paṭisevanā)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것은 출가자가 의복・음식・거처・약품을 수용함으로써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를테면 의복은 뽐내기 위함도 아니고 겉치레를 위함도 아니다. 다만 모기와 벌레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바람과 비와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함이며,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함이다.

음식은 살찌기 위함도 아니고, 맛을 즐기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몸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고, 번뇌와 걱정과 슬픔을 없애기 위함이며, 범행을 닦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배고픔의 오래된 생각은 사라지고, 배부름의 새로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직 오래 살고 안온하고 병이 없기 위함이다. 처소와 방사는 이익을 위함도 아니고, 뽐내기 위함도 아니며, 겉치레를 위함도 아니다. 다만 피로할 때 쉼을 얻기 위함이며, 고요히 앉기 위함이다. 의약은 이익을 위함도 아니고, 뽐내기 위함도 아니며, 살찌고 맛을 즐기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병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함이고, 목숨을 거두어 잡기 위함이며, 안온하고 병이 없기 위함이다. 만일 그것들을 쓰지 않으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고, 그것을 쓰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은 생기지 않는다. 이것을 수용함으로써 없애야 할 번뇌라고 한다.

넷째는 인내함으로써(adhivāsanā)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것은 인욕하고 견뎌냄으로써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다시 말해서 몸과 마음에서 생긴 여러 가지 괴로운 느낌 등에 기인한 번뇌들이다. 모름지기 비구는 마땅히 주림, 목마름, 추위, 더위, 모기 등 벌레들의 공격을 견디어 참아야 한다. 바람이나 햇볕의 핍박을 받고, 욕설과 매질을 당해도 또한 능히 그것을 참아야 한다. 또한 몸에 병이 생겨 몹시 고통스럽고 목숨이 끊어질 것과 같은 모든 불쾌한 느낌도 다 능히 견디어 참아야 한다. 만일 그것을 참지 못하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고, 그것을 참으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을 인내함으로써 없애야 할 번뇌라고 한다.

다섯째는 피함으로써(parivajjanā)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것은 맹수 혹은 악인은 물론 적합하지 않은 장소 등을 피함으로써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비구는 마땅히 사나운 코끼리나 말・소・개・독을 가진 뱀을 피해야 하며, 나쁜 길이나 개천, 구덩이와 깊숙한 곳과 같은 위험한 장소를 피해야 한다. 또한 악한 지식, 악한 사람, 악한 이교도(異敎徒)를 피해야 하며, 악한 마을과 악한 처소를 빨리 떠나야 한다. 만일 여의지 않으면 곧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긴다. 그러나 여의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지 않는다.
여섯째는 버림으로써(vinodanā)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것은 감각적 욕망이나 악의를 버림으로써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비구는 욕념(欲念)을 끊어 없애고 떠나야 하고, 성내는 생각과 남을 해치려는 생각을 끊어 없애고 떠나야 한다. 만일 그것을 없애지 않으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고, 그것을 없애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을 버림으로써 없애야 할 번뇌라고 한다.

일곱째는 수행으로써(bhāvanā)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이것은 칠각지(七覺支)로 대표되는 수행을 통해서 없애야 하는 번뇌들이다. 비구가 염각지(念覺支)를 생각하여, 떠남을 의지하고 욕심 없음을 의지하며, 멸해 다함을 의지하여 곧 나고 죽음을 벗어남에 이른다. 택법각지(擇法覺支), 정진각지(精進覺支), 희각지(喜覺支), 경안각지(輕安覺支), 정각지(定覺支), 사각지(捨覺支)를 생각하여, 떠남을 의지하고 욕심의 없음을 의지하며, 멸해 다함을 의지하여 곧 나고 죽음을 벗어남에 이른다. 만일 사유하지 않으면 곧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고, 생각하면 번뇌와 걱정과 슬픔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을 수행함으로써 없애야 할 번뇌라고 한다.

이처럼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번뇌가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가를 주도면밀하게 살펴보아서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 번뇌를 없앨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번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일곱 가지 번뇌 가운데 첫 번째인 봄[見]으로써 없애야 할 번뇌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가지는 앙굿따라 니까야의 ‘번뇌경’(AN6:58)에도 설해져 있다.(AN.Ⅲ, pp.387-390)

이상에서 살펴본 일곱 가지 번뇌들을 제어하는 방법을 일상생활에서 응용한다면 많은 번뇌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와 방법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오랫동안 수행하더라도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왜냐하면 번뇌의 종류에 따라 그것을 제어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83호 / 2021년 4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