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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 미숙아 호흡곤란에 구멍난 심장까지

  • 상생
  • 입력 2021.05.03 11:43
  • 호수 1584
  • 댓글 1

2016년 한국 온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텐진·라마씨 부부
밀린 병원비만 2000만원 훌쩍…일용직으로 생계도 막막

32주만에 1.4kg으로 태어난 삼야스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위태로운 숨을 내뱉고 있다.
32주만에 1.4kg으로 태어난 삼야스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위태로운 숨을 내뱉고 있다.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돈이 없어 서럽고 비참한 날의 연속이었다. 네팔 출신 텐진(33)씨와 라마(35)씨는 어떻게든 일을 해야만 했다. 풍족하진 않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부부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6년 한국에 온 부부는 김포에 있는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일했다. 레일 위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쓰레기 사이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만을 골라내는 고된 작업이었다. 쓰레기가 빠른 속도로 밀려드니 쉴 틈이 없었다. 매일 꼬박 9시간을 일했다. 앉지도 못한 채 서서 근무해야하는 열악한 환경에 다리는 부어올랐다.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기에 힘든 업무에 점차 적응을 해갔다. 하지만 라마씨를 괴롭혔던 건 산처럼 쌓인 쓰레기더미에서 나는 악취였다. 매일이 고통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소용없었다. 멀미처럼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라마씨의 뱃속에는 결혼 6년 만에 얻은 귀한 아이가 있었다. 혹시라도 뱃속에 있는 아이가 위험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라마씨는 공장을 그만뒀다. 이후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부부는 보증금 없는 25만원짜리 방을 얻었다. 매트리스와 작은 탁상, 옷장이 가구의 전부일 정도로 좁은 집이었지만 한국에 온지 5년만에 부부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라마씨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약해진 몸을 추스르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퇴직으로 수입이 줄었지만 남편 텐진씨의 벌이만으로 아끼고 또 아끼며 생활을 이어갔다. 출산 전 아이가 항상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행운’이란 뜻의 ‘삼야스’라는 이름도 미리 지어줬다. 

그러나 평화롭던 이들의 일상은 한순간에 깨졌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출산이었다. 라마씨는 4월16일 아들 삼야스를 낳았다. 예정보다 3개월이나 빨랐다.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나면서 아내 라마씨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32주 만에 태어난 아이의 몸무게는 1.4kg. 세상과 일찍 만나고 싶었던 아이는 아직 모든 것이 온전하지 못했다.

삼야스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위태로운 숨을 내뱉는 아이는 신체 여러 곳에 문제가 생겼다. 폐가 완전히 성장하지 못해 혼자 힘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호흡이 계속 멈췄다. 심장에서는 구멍까지 발견됐다. 호흡기를 제거하면 무호흡증으로 숨이 멎을 상황이다. 코에 꽂은 노즐을 통해 넣는 모유 6cc가 하루 영양 공급의 전부다. 계면활성제 투여로 폐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는 이후 심장 치료도 꾸준히 받아야 한다. 

라마씨는 출산 후 바로 원룸에 몸을 뉠 수밖에 없었다. 늘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후조리는 사치였다. 어려운 형편에 제왕절개 상처치료는 엄두도 못냈다. 출산한지 3주도 채 안됐지만 몸은 거동이 어려울정도로 망가졌다. 

“우리도 힘들게 살아왔는데 아이에게까지 아픔을 물려주는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이런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병원에 가야했기에 자주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던 남편 텐진씨는 결국 실직자가 됐다. 돈을 벌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했다. 매일 같이 인력사무소로 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이 좋게 건설현장에서 종일 근무해도 손에 남는 건 8만원 남짓이다.

공장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은 이미 라마씨의 출산병원비로 사라졌다. 집중치료를 받고있는 삼야스의 병원비는 벌써 2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청구되는 비용만 하루 100만원. 삼야스가 언제까지 인큐베이터에 있어야할지 알 수 없다. 부부에게 남아있는 건 빈 통장과 병원비 고지서뿐이다. 빚더미에 둘러싸인 어두운 현실에 부부는 밤잠을 설친다. 힘든 여건이지만 부부는 삼야스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독인다.

“삼야스가 건강해져 한국에 오래 있고 싶어요. 우리에게도 희망이 전해지겠죠?”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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