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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고행을 실천하는 유행자를 교화하다

진정한 고행이란 계행 잘 지켜 지혜 성취하는 것

고행은 독단에 빠지기 쉬워
바른 생각과 행동 어렵게 해
쾌락과 고행주의 모두 버린
팔정도라는 중도 수행 제시

고대 인도는 고행주의 전통이 강했다. 부처님은 이러한 고행주의를 비판하며, 무익함을 알려주고 계신다. 한편으로 쾌락주의의 무익함과 폐해를 지적함으로써, 두 양극단을 여읜 ‘중도’의 수행체계를 제시한다. 중도의 수행체계란 팔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요약하자면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과 바른말’이다. 이 말은 상황마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고행주의는 자신들이 행하는 고행만을 고집하여 바른 생각과 행동과 말이 어렵게 된다. 자신들만이 옳다고 하는 독단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디가니까야’에 수록되어 있는 ‘우둠바리까 사자후의 경(Udumbarikasīhan ādasutta)’에 나온다. 이 경은 마가다국의 수도인 라자가하를 배경으로 하며, 주된 등장인물은 고행을 실천하는 유행자인 니그로다(Nigrodha)이다. 니그로다는 자신을 따르는 유행자들과 더불어 우둠바리까 유행자의 숲에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부처님의 재가제자인 산다나(Sandhāna)를 만나게 되었고,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수행자 고따마의 지혜는 빈집에서 망가진 것이며, 독처를 경계를 삼고 대화를 거부하며, 변두리 외딴 곳만을 돌아다닙니다. 장자여, 수행자 고따마가 부디 이 모임에 오도록 해보시오. 우리가 단 한 방의 질문으로 그를 제압하여, 생각건대 빈 항아리처럼 굴려버릴 것입니다.” 니그로다는 평소 부처님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부처님은 이러한 니그로다의 생각을 아시고,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게 되고, 대화를 갖게 된다. 니그로다는 부처님께 “저희는 세존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세존에 의해서 제자들이 이끌어지고, 안심을 얻어 본래의 청정한 삶을 선언하는 그 원리가 무엇인지 여쭙고자 합니다”라는 말로 질문을 던졌다.

[붓다] 니그로다여, 다른 견해와 믿음을 갖고 다른 성향과 수행을 지니고, 다른 스승을 따르는 그대가 그것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대들의 스승이 말하는 ‘고행에 의한 싫어하여 떠남은 어떻게 해서 성취되고 어떻게 해서 성취되지 못하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하십시오.

니그로다는 부처님의 지도 원리를 묻고자 했지만, 부처님은 그들이 따르는 스승의 가르침인 고행의 원리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셨다. 부처님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가신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대화에 진지하게 임하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한편, 당혹감을 안겨주는 방법이다. 실제 경전에서도 유행자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주제이기에 니그로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니그로다] 저희들은 고행을 통해 싫어하여 떠남을 이론으로 삼고, 고행을 통한 싫어하여 떠남을 핵심으로 삼고 고행을 통한 싫어하여 떠남을 실천으로 삼습니다.

이 말을 듣고 부처님은 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의식주와 실천수행을 열거하며, 그러한 것이 고행에 의한 싫어하여 떠남이 성취된 것인지 아닌지를 질문하였고, 니그로다는 성취된 것이라고 답한다. 이에 부처님은 고행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수행에 만족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남을 폄하하는 것, 그리고 고행으로 얻는 이익과 명예에 만족하는 것, 다른 수행자를 질투하는 것, 자신의 수행을 과시하는 것 등을 열거하며 고행자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그리고는 진정한 고행이란 계행을 잘 지켜 오개(탐욕, 성냄, 도거와 악작, 혼침과 수면, 의심)를 버리고 선정을 성취하여 지혜를 성취하는 것임을 설하셨다.  

부처님은 상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제로 하여, 자신이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화 방법을 많이 사용하신다. 형식적 고행주의에 빠져있던 니그로다는 고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부처님께 무례함을 참회하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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