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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교인 근로장려금’ 수령여부 두고 고심

  • 교계
  • 입력 2021.05.06 17:52
  • 수정 2021.05.11 08:03
  • 호수 1585
  • 댓글 4

국세청, 2019년부터 저소득 종교인에도 근로장려금 지급
조계종 제도도입 때 “출가수행자는 근로자 아니다” 반대
종단 스님 최대 1000명 대상…지원액만 10억원 넘을 듯
“승가복지에 국가제도 활용 필요…반대만 능사 아니다”

정부가 종교인과세 시행 이후 2019년부터 저소득 가정에 지급되던 근로장려금을 종교인까지 확대한 가운데 ‘종교인 근로장려금’을 받을지 여부를 두고 조계종 내부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스님들에 대한 복지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득이 적은 스님들에게 정부의 복지혜택을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 “출가수행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입장을 선회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종단 내부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올해 5월31일까지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 사업자(전문직 제외) 또는 종교인에 대해 ‘근로 및 자녀장려금’을 신청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근로장려금 제도는 정부가 2008년부터 일을 하지만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 등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를 장려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고자 도입됐다. 국세청에 신고 된 전년도 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단독․홑벌이․맞벌이 가구로 나눠 각 가구별 최저 소득 기준에 미치지 못한 가구가 신청대상이다. 각 가구별로 최저 소득기준을 나눠 단독가구의 경우 과세대상 연소득이 2000만원 미만, 홑벌이가구의 경우 3000만원 미만, 맞벌이 가구의 경우 3600만원 미만인 경우가 해당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한해만 국가에서 ‘근로 및 자녀장려금’으로 지급된 돈만 5조298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18년 종교인과세를 본격 시행하면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이듬해부터 종교인에 대해서도 근로장려금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년간 국세청에 신고된 ‘종교인 소득’을 바탕으로 해당 기준소득에 미치지 않은 종교인에게도 ‘근로장려금’ 명목의 지원금을 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자 조계종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2019년 4월 입장문을 발표하고 “스님들은 근로자가 아닌 출가수행자이기에 근로장려금 수급 대상에 종교인이 포함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종단 차원에서 근로장려금을 신청하지 않겠다. 과세당국도 종단 소속 사찰 및 스님들에게 출가 위의를 훼손할 수 있는 근로장려금 제도에 대해 안내하지 말아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회 정서와 국가법령의 현실여건 등을 고려해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오직 수행과 깨달음을 목적으로 출가한 스님들에게 지원되는 각종 비용을 근로의 대가인양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총무원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고, 대다수 스님들도 국가에서 기본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스님들의 복지차원이라고 해도 ‘종교인 근로장려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것에는 거부감이 강하다.

그러나 종단 일각에서는 “비록 근로장려금이라는 명칭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승려복지 재원이 현격히 부족한 종단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의 복지혜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총무원 한 관계자는 “종교인 근로장려금은 종교인 과세를 납부하고 있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고, 국세청이 안내한 지급 기준에 있어서도 근로소득, 사업소득, 종교인소득으로 구분하고 있어 일반 근로자들이 받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서 “국가에서 법적으로 명시해 지원하는 복지혜택을 굳이 거부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에 따르면 조계종 소속 스님들 가운데 각종 소임 등을 맡아 발생한 소득으로 종교인 과세를 납부하고 있는 스님이 45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종교인 근로장려금 혜택 대상이 되는 연간 1200만원 이하의 스님이 1000여명이다. 국세청 지급기준대로라면 이들 스님에게는 매년 100여만원의 종교인 근로장려금이 지원된다. 모두 합치면 연간 10억원에 달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때문에 출가수행자의 위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스님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종교인 근로장려금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교구본사 주지스님은 “종교인 근로장려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국가의 복지제도를 승려복지에 활용하는 방안을 종단차원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스님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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