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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정주현(등명, 44) - 상

기자명 법보

송년법회서 강렬한 인상 받고
특강 들으며 참선수행 결심해
수행 발원 세우고 꾸준히 동참

등명, 44

즉금차처(卽今此處). 이 4자를 오롯이 이해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을까. 아니, 완벽하게 받아들이려면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시간을 금강선원에서 혜거 스님, 참선반 및 청년반 도반들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보낼 시간이 힘들지 않을 것이라며 매번 감사하고 있다. 

어릴 때는 어떤 종교에도 관심이 없었다. 부처님오신날처럼 공휴일이 주중에 걸리면 하루라도 더 놀 수 있길 기대하며 살았다. 그렇다보니 금강선원이 위치한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았음에도 그 존재를 전혀 몰랐었다. 간혹 “금강선원을 더 일찍 알았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만약 참선수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아쉽다”고 바로 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참선수행을 시작한 이후 받은 질문이었기에 “아닙니다. 그때는 다니라고 손 붙잡고 끌고왔어도 안 다녔을 거 같아요.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었다. 아직도 너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알기에 계속 수행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12월31일. 수서역 근처 탄허박물관에서 매년 열리는 송년법회에 처음 참석했다. 밤 10시가 넘는 시간에 추위를 무릅쓰고 참석한 수백명의 불자들에게서 느껴지는 생동감. 새해를 전국에서 제일 먼저 맞이하자는 의미로 밤 11시부터 행사를 집전하시던 혜거 스님이 송년법회 법문을 시작하실 때 받았던 충격. 그토록 강하게 첫인상을 받았는데도, 어머니와 동생이 불교대학과 참선반 공부를 먼저 시작했는데도, 선원에 가서 같이 공부할지 망설였다. 한번 시작하면 쉽게 놓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2014년 가을에야 기초 참선반의 문을 두드리며 참선수행을 시작한 계기는 어머니 권유로 참석한 문광 스님의 탄허사상 특강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문광 스님처럼 유‧불‧선 3도를 아우르는 지식을, 수많은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지혜를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연공최귀(連功最貴). 매일 몸과 마음을 수행하는 것,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었다. 매일 수행하고 공부하는 힘을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근본적인 준비가 ‘참선’이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나니, 망설임을 끊고 기초 참선반에 스스로 등록하러 갈 수 있었다.

청년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평일 저녁에 열린 기초 참선반에 참석한 첫날. 법문을 듣기 전 참선부터 시작하라는 혜거 스님의 말씀을 들었다.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매우 어설펐다. 그래도 수행 보살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어떻게든 반가부좌 자세를 잡고 내리 45분을 앉았다. 40분쯤 지났을까. 온몸이 떨려오고 식은땀이 났다. 너무 어지러워 밖으로 나갈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다. 그 자리에서 뛰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도 다른 분들이 움직이시지 않는 듯해서 어떻게든 버텼다. 

끝났다는 죽비 소리가 들렸다. 일단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 나 자신을 칭찬했다. 나중에 그런 상태를 초심자들이 직접 겪어보라고 일부러 혜거 스님께서 시키신 사실을 알았다. 스스로 보고, 듣고, 실천해보고, 겪어봐야 체득할 수 있다는 것. 나에게 왜 그런 고비가 왔을까. 불편한 복장 때문이었을까, 어색한 자세 때문이었을까. 더 알고 싶고 제대로 수행해보고 싶어 그 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참석하면 최대한 45분을 채워서 앉으려 노력했다. 

금강선원 참선반에서는 참선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표’를 활용하게 한다. 방법은 무궁무진하겠으나, 이곳에서는 눈을 감지 않고 집중표 중앙의 한 점을 계속 바라보며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가 되게끔 한다. 그렇게 한 점을 바라보고 있자면, 집중표에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잡념들이 떠오르면서 온갖 소리가 귀에 들려오기도 한다. 스님은 이러한 다양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고 하셨다. 덧붙여 정해진 시간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일주일에 한 번 선원에서 참선하는 날에는 자세를 한 번이라도 바로 잡으며 반가부좌 자세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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