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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강타 ‘코로나 블루’ 백신은 수행·상담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5.19 13:32
  • 호수 1586
  • 댓글 0

오늘은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우리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날이요 기쁨이 충만한 날이다. 아기 부처님은 탄생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 걸으면서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이 세상에 오신 뜻을 밝히셨다. “하늘·땅에서 나 홀로 존귀하다.(天上天下 唯我獨尊) 세상의 모든 고통을 편안케 하겠다(三界皆苦 我當安之).” 부처님 자신이 신들과 인간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임을 천명함과 동시에 생로병사로 고통 받는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겠다는 지중한 원력을 표출한 것이다. 그 거룩한 선언은 하늘에 뻗치고 지옥에까지 울렸다.

불교의 핵심 중 하나는 연기법이다. 부처님께서도 “연기를 보는 자 진리를 보고, 진리를 보는 자 연기를 본다”고 하셨을 정도다. 부처님께서는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의 부다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만물의 인과관계를 깨달으셨다. ‘잡아함경’의 ‘제일의공경(第一義空經)’에 나오는 게송은 이렇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도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도 멸한다.’ 

세상 만물은 생멸하는 변화에 따라 존재할 수 있을 뿐, 불변하는 실체는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무상이고 무아인 것이다. 이것으로 우주를 창조한 신과 아트만을 깨뜨렸다. 번뇌를 소멸시켜 열반에 이를 수 있기에 윤회를 끊어 낼 수 있었다. 인간인 부처님이 신들을 향해 “내가 더 존귀하다”고 선언하신 연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다가온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취소해야만 했던 제등행렬을 간소하게나마 펼칠 수 있는 건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역경을 극복해 가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면서 우리가 들어야 할 화두 하나가 목전에 있음을 상기해야겠다. 코로나19가 잉태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치유할 묘약을 이 사회에 내주어야 할 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나쿨라 장자가 부처님을 친견하며 “저는 늙은 데다 몸에 병이 많아 온갖 근심과 괴로움이 저를 괴롭힌다”며 가르침을 청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육신의 병이 괴로움을 느끼게 하고 의욕을 상실케 한다”고 전제 하시면서도 “육신에 병이 있을지라도 마음의 병만큼은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가르침을 전하셨다. 육신의 병보다 마음이 병이 주는 괴로움이 더 크고 치유 또한 더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육신에 생긴 병이라면 코로나블루는 마음에 생긴 병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6배 증가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2018년 4.7%였는데 2020년 3월에는 16.3%로 치솟았다. 코로나 블루가 국민의 정신건강에 미친 충격이 너무도 크기에 일각에서는 팬더믹이 종식된다 해도 최장 50년 후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그 어느 세대보다 ‘2030 청년’들이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 취업, 주거 등의 문제가 코로나19 여파로 더 악화되며 의욕저하 등의 우울증세로 직결됐다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10명 중 1명(9.6%)이 우울감 등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심리적 지지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마음건강 대책을 강화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 높은 묘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불교는 이미 ‘코로나 블루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이고도 명확하게 보고, 인식을 크게 전환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에 관한한 참선·명상, 기도·염불은 적확한 방편이다. 수행이 우울·중독 등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건 각종 실험을 바탕으로 한 학술조명을 통해 밝혀진 지 오래이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도 사찰·센터의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는 장점도 크다. 수행·상담 전문가들의 원력과 혜안으로 도출된 ‘코로나19 블루 특별 수행프로그램’이 하루라도 빨리 전국 수행정진 도량에서 작동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수행’으로 돌아가 우리 자신을 추슬러 보자. 그리고 가족을 살피며 내 이웃과 친구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자. 따듯한 말 한마디, 작은 미소가 코로나 블루 백신의 정수라는 것을 금세 직감할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며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모두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자. 2600여년 전의 부처님이 우리 곁에 서 계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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