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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신행수기 발원문 심사평] 발원문마다 불자들 간절함 담겨

기자명 법보

운율 맞춘 시적 압축미 인상적
낙태영가 위한 발원문도 눈길
이주민여성 다짐에 가슴 뭉클
발원문이 바른 신행 좌표 되길

동트는 아침에 수행하며 발원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자아를 넘어서는 성숙한 인생이냐 아니냐를 좌우할 만큼 큰 차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우리 삶은 단순하지 않다.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고 뒤틀린다. 언제나 순풍에 그림처럼 미끄러져 가는 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거센 비바람이 불고 태풍을 만나기도 한다. 생각지도 않던 일이 벌어져 일을 망치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 좌절하거나 물러서면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발원하는 삶에는 좌절과 불가능이란 없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도 발원의 힘은 끊임없이 다가오는 불안을 극복하고 바라던 바를 생활 속의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강력한 종교적 동인으로 작용한다.

2021년도 발원문 공모 분야는 햇수로 2번째다. 많은 분이 응모했고, 이 중에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심사하며 겪는 고충이 만만치 않았음을 밝힌다. 모두 다 훌륭하고 값진 글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발원문의 심사 기준은 진정성, 문학적 표현력, 그리고 발원문 형식,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선별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글도 있었으리라 본다.

먼저 교육원장상으로 최윤주 불자의 ‘여여하게 살게 하소서’를 골랐다. 글을 쓴 이는 법명도 여여행이다. 자신의 법명답게 일상을 여여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서원을 담았다. 게다가 전통적인 4444조로 운율에 맞추어 글을 써내는 시적 압축미가 돋보였다. 이와 관련 우리 불자들이 자신의 법명을 거울삼아 일상을 살아가는 발원문을 지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수상으로는 생명을 잉태하는 이 땅의 한 어머니로서 최옥란 불자의 발원문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수행의 공덕, 회향하며 살겠습니다.’ 어머니는 젊은 날 해외유학을 구실로 두 생명을 낙태한 사실에 깊은 참회를 하며, 존엄한 생명의 가치를 가슴에 새긴 참된 불제자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발원한다. 이를 위해 매달 보름 삼천배 수행을 하고 그 공덕으로 수자 영가들을 위해 기도와 회향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그 회향은 주변에 가엾은 아이들을 돌보고, 생명 방생의 삶을 살겠다고 보살행으로 이어진다.
바라밀 상으로 최정희, 박완순, 쩐이응옥 불자의 발원문을 선정했다. 최정희님은 욕망에 빠진 현대사회의 병폐를 진단하고, 코로나19 또한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 놓은 병임을 자각하며,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의 회복을 기원한다. 박완순 불자는 육십 평생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 발걸음을 멈추고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분별심을 버리고 보시하며 기도 정진하는 삶으로 365일을 하루 같이 정성되게 살겠다는 것이다. 가슴 뭉클했던 글은 쩐이웅옥 불자의 발원문이었다. 한국에 와 결혼까지 했지만 남편이 병들어 있는 등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서 발원문을 쓴 것이다. 그가 남편의 건강과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고명석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팀장
고명석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팀장

절박한 상황에서 간절한 마음이 이는 법이다. 그 간절한 마음에서 척박한 땅을 옥토로 가꾸는 원력이 피어오른다. 그것은 물러서지 않는, 결코 파산되지 않는 원력이다. 그래서 죽음까지 넘어서고, 머무르지 않는 즉심성으로, 공으로 돌파해 들어간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열반으로의 승화일 것이다. 발원문을 쓴다는 것은 그 첫 발자국, 초발심의 속삭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발원하는 아침은 초심으로 시작하는 발심의 시작이요, 끝이기도 하다. 발원하는 그 순간, 이미 이루어져 있음을 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발원은 이미 성취된 것이다.

 

[1586호 / 2021년 5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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