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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편향 ‘한반도 평화정책’ 성공할 수 있나?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5.31 11:41
  • 수정 2021.05.31 14:27
  • 호수 1587
  • 댓글 3

문 대통령 극단 종교편향 속
‘진보·통일 이끈 것은 가톨릭’
대내외에 선언 의도 엿보여

취임 직후부터 종교편향성을 보인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말기로 접어들며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미정상 일정 마지막 날 만난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미국 추기경과 나눈 대화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한국이 가톨릭 국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식인층이 가톨릭 신앙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가톨릭은)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고, 한국사회의 인권이라든지, 독재라든지 아픈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요즘에는 남북의 통일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로 점철된 시대를 거친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통일·인권’은 ‘진보·개혁’을 뜻한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정의·공정의 사회로 전환시킨 핵심어인데, 그 코드들을 ‘가톨릭’ 한 단어에 응축시켜 전한 셈이다. ‘가톨릭은’은 ‘가톨릭만이’ ‘특히 가톨릭이’ ‘가톨릭이 가장’으로 다가온다. 주지하다시피 2019년 최초의 흑인 추기경이 된 그레고리 추기경은 수임 직후부터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한 미국 진보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 추기경에게 문 대통령은 한국의 진보계를 이끈 건 가톨릭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2017년 11월28일 마이트리팔라 스리랑카 대통령의 조계사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법당에 든 직후 취재를 통제하며 청와대가 인정한 사람 외의 촬영을 금했다. 자료 확보를 위해 조계종 총무원이 사진 요청했을 때 ‘유출불허’를 확인하고 보내왔다. 반면 2018년 10월에는 자신의 바티칸 미사를 공중파로 생중계 했다. 그리고 최근 2021년 5월 미국의 추기경을 만나서는 진보를 전면에 내세운 채 한국 가톨릭의 ‘선도·우월성’을 표출했다. 가톨릭 신자로 디모테오 세례명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이지만 이토록 특정종교편향의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국가를 만들겠다”던 이승만, 청와대를 교회화 한 김영삼, 목사 앞에서 무릎 꿇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종교편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그레고리 추기경의 대화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자. 그리고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님을 뵈었는데,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며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언급된 ‘로마 방문’은 문 대통령 부부의 바티칸 미사가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 해 불교계로부터 대통령의 특정종교편향 비판을 받았던 그때의 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를 기도하는 특별한 자리”라서 생중계를 결정했다고 했다. 

2018년의 바티칸 미사 생중계와 2021년의 미국 추기경의 만남에서 읽어낼 수 있는 코드 하나가 있다. “한반도 평화를 기도하는 특별한 자리!” “요즘에는 남북의 통일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한반도 평화’이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최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게 ‘한반도 평화’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통한 한미정상회담 성과로 꼽히는 게 코로나19 백신확보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이다. 그 중간 지점에 가톨릭을 세우려는 문 대통령이다. ‘가톨릭이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대내외에 선언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북한 식량난의 위기 때인 1995년 불교·가톨릭·개신교 등은 인도적 지원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이후 1997년 3월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확대 허용됐는데 그 직후부터 불교계의 남북교류는 그 어느 종교계보다 활기를 띠었다. 실질적 성과가 미미했던 이웃 종교와 달리 불교계는 금강산 성지순례, 남북공동발원문 채택, 신계사·영통사 복원 등의 결실을 맺었다. 이것은 ‘한민족 동질성 회복’을 통한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 깊은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얼어붙은 남북국면에서도 대화의 창을 열어 놓은 채 교류 의지를 뜨겁게  다져간 건 불교계였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불교계의 여정을 높이 평가하자는 게 아니다. 가톨릭만을 앞세운 한반도 평화정책이 성공하겠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특정종교편향에 얹혀진  정책에 국민이 공감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물음에 문재인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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