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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성전’ 법공양이 전법의 출발점

‘불교성전’ 법공양 불사의 시작은 참으로 이 땅에 새로운 전법의 바퀴를 굴리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일을 시작하기로 한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원력에 찬탄을 보낸다. 또한 뒤늦게나마 새로운 ‘불교성전’ 편찬이라는 거룩한 불사를 원만하게 성취한 조계종에도 찬탄을 보내며, 이 어려운 일을 추진한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이미 있는 경전을 발췌하여 한 권으로 묶어내는 것이 무슨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실로 조계종단의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며, 나아가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 땅의 불교가 어디로 나가야 하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팔만대장경이라 불리는 엄청난 수와 양을 자랑하는 불교 경전, 그것은 양 측면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 다양성이 중생의 모든 근기와 시공간의 특수성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그 다양성이 불자들에게 주는 혼란과 방황은 부정적인 측면이다. 거기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극소화하는가? 이것이 모든 시대와 모든 지역의 불교가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하겠다. 불교의 여러 종파에서 제시한 교상판석(敎相判釋)도 결국 이러한 과제에 대응해 나온 것이다.

지금 한국불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조계종이 그 수많은 경전에서 발췌해 새로운 ‘불교성전’을 발간한 것은 그러한 교상판석의 작업을 한 것이라고도 하겠다. 또한 이 시대의 요구를 바탕으로 이 시대의 눈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취사선택한 것이며, 바로 이 결과를 가지고 지금 여기의 불자들에게 신행의 틀을 제공하며, 앞으로의 불교를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니 그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 결과물인 ‘불교성전’ 법공양 불사를 선포한 것은 또 얼마나 경하할 일인가? 

그렇게 중차대한 일이기에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마음으로 간곡하게 당부할 일도 있다. 이 ‘불교성전’을 끊임없이 새롭게 가다듬는 작업을 쉼 없이, 부지런히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몇십 년 만에 ‘불교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이 나온 것 자체가 불교의 부끄러움이다. 이번의 ‘불교성전’은 말단적인 교정만을 거듭하며 재판, 3판으로 이어지는 불변의 권위로 군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이 ‘불교성전’의 기획 단계부터 시간의 촉박성이 문제가 되었다.

논의의 결과 우선 출발의 디딤돌로 예정된 기간 안에 이 성전을 편찬하되, 온라인으로 결과물을 열어놓고 이 시대의 지혜를 모아가는 ‘열린 불교성전’을 지향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이 기획 초기의 뜻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촉박한 시간 외에도 여러 제약된 조건 때문에 이번의 ‘불교성전’에는 눈에 띄는 문제점 또한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들을 보완하는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법공양 불사의 계획 속에 ‘독후감’ ‘사진전’ 등의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고 하지만, 이런 단발성 행사보다는 끊임없이 이 시대의 정신을 모아가는 체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온라인을 바탕으로 한 ‘열린 불교성전’을 이룩해가는 것이다. 종교적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 없다. 불교야말로 바로 그런 권위에 연연하는 종교가 아니며, 그러한 점이 불교의 위상을 세워나가게 될 것이다. 익명성을 배제하고, 모니터링 체제를 갖추어 부작용을 배제한다면 정체되지 않고 언제나 시대를 대표하는 ‘불교성전’을 만들어나가는 흐름이 열릴 것이다. 좋은 의견을 정기적으로 선별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리고 포상한다면 ‘불교성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말로 빛나는 이 시대 이 땅의 ‘불교성전’을 이루고, 그 결과를 세계인, 세계의 불자들과 공유하는 앞날을 그려본다. 영문판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어 번역판을 기획해 우리 한국불교가 이룬 업적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은가? ‘불교 한류’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 않은가?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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