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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와 가상세계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1.05.31 17:22
  • 수정 2021.05.31 17:25
  • 호수 1587
  • 댓글 0

‘세상은 환과 같다’고 가르친
부처님 말씀이 현실로 나타나 
통장 숫자에 기뻐하는 현대인
이미 ‘가상’에 익숙해져 있어

가상화폐 열풍이 대단하다. 정부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이 가상화폐를 적대시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이버 공간에서 곤욕을 치르기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가상화폐로 불리는 암호화폐는 진정 실체성이 없는 신기루일까? 단순히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고 해서 그 가치성까지 폄하하기에는 지금 우리들 세상이 너무나도 깊이 실재적으로 파고들어 와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들이 다섯 가지 감각에 의존해 직접 느끼는 이 세상조차 환(幻)과 같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불교의 교리를 참되게 이해하고 믿는 사람이라면 실제화폐와 가상화폐를 물리적 관점에서 달리 봐서는 안 되지 않을까?

얼마 전 불자 한 분이 화폐가 디지털화되어 지폐가 사라진다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하다며 걱정했다. 아무래도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았다. 

가상화폐 형식의 뭔가 새로운 형태로 통화가 개편되면 아날로그 세대는 모두 엄청난 환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시대의 변화는 대중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쓰나미같이 덮쳐오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벌써 디지털 개념의 화폐에 익숙하게 적응해 있다. 월급을 받지만 단 한 장의 지폐도 받지 않고, 월급을 다 쓸 때까지 동전과 지폐는 만지지도 않은 채 한 달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모바일뱅크나 인터넷뱅크를 통해 화면으로 보이는 숫자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기뻐하고 좌절한다. 물론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를 온라인화한 것과 전혀 다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사이버 통장을 한 개 더 만들어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편리함만 더 가득 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가상화폐의 접근을 극단적인 두려움으로 포장해 마치 우리들의 모든 재화를 강탈해 가는 듯한 언론 보도로 인해 잔뜩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중들의 가상화폐 접근은 막으면서 유수의 금융기관과 기업들, 심지어 일부 정부 공공기관까지도 가상화폐에 당당히 투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각국은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가상화폐)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암호화폐와 CBDC가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CBDC는 정말 현재 사용하는 지폐의 변환에 불과하고, 보다 글로벌하고 미래적 관점에서는 중앙통제가 아닌 암호화폐가 더 올바른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슨 투자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세계가 가상의 세계라고 가르치신 붓다의 말씀을 호모사피엔스는 멀고 먼 길을 돌아서 과학적 발전과 연구를 통해서 이제 막 구축해서 펼쳐나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실제 세상을 가상으로 보라는 가르침을 배워온 불자들은 이제 가상의 세상이 실체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역전환을 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손에 움켜쥔 지폐보다 휴대폰에 비치는 디지털 수치의 통장 잔고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낀다면 벌써 우리는 가상화폐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성원 스님
성원 스님

오래전 실체와 가상의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신 부처님처럼 우리 불자들이 하루빨리 ‘가상의 삶’에 익숙해서 실제적 부유함을 달성하면 정말 좋겠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87호 / 2021년 6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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