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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행복지수

기자명 승한 스님

우리나라 국가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35위로,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그리스(5.72점)와 터키(4.95점)뿐이다. 방사능 오염과 방출문제 등으로 국제적 질타를 받고 있는 일본마저 5.94점을 받아 우리나라를 앞섰다. 

우리나라 경제는 OECD 국가 중 10위로서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아직도 왜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가. 수치감부터 든다. KDI는 OECD 통계를 바탕으로 원인을 3가지로 분석했다. 근로환경과 생활환경, 노인 빈곤율 등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은 최악의 수준이다. KD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137시간) 다음으로 가장 긴 것으로 집계됐다. OECD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726시간이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다른 OECD 국가 근로자들에 비해 연평균 241시간을 더 일한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환경은 단지 근로시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다. 실제로 가장 행복한 달이어야 할 지난 5월 ‘가정의 달’에만 무려 77명의 노동자들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가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겠는가.

노동건강연대가 6월7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총 870명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아직도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김 군(당시 19세) 사망사고를 비롯해 2018년 12월 충남 태안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고, 올 4월 경기도 평택항에서 지게차에 치여 숨진 이선호씨 등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 이들의 ‘조용한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경제대국이라는 이면에 가려져 있는 근로환경의 열악함 때문이다.

생활환경 또한 근로환경 못지않게 심각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27.4마이크로그램(㎍/㎥)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치는 13.9㎍/㎥이었다. 노인 빈곤 역시 삶의 질을 낮추는 3대 요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OECD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202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고령인구 증가율은 4.4%로 OECD 평균(2.6%)을 크게 웃돌았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들이 우리나라의 국가 행복지수를 최하위로 추락시킨 주요인들인 건 맞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인(因)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행태와 마음에 있지 않을까. ‘조용한 죽음’들을 위한 법(法)은 아직도 ‘조용한 죽음’들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고,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생활환경은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삶의 행태가 그것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고, 고독사 등으로 대표되는 노인 빈곤율 또한 사각지대가 너무나 많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소중한 것이 우리 불자들의 역할이다. 밥 먹기 전에 읊는 ‘공양게’를 보면 우리 불자들이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실천해야 할 덕목과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고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사회대중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더욱 우울한 시대, 불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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