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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불교 의례 음악 정비

법회 노래 만드는 것은 문법 아니라 신도들 공감

대중 함께 하는 불교의례에서 음악은 반복·재현성이 중요
사시불공 운곡은 통일됐지만 사찰·부전스님 따라 제각각
법회 등에서 찬불가 어느 순서에 사용할지 통일성도 필요

여러 스님과 불교 전문가들 노력으로 많은 찬불가가 작곡됐고, 각 종단에서는 불교합창단을 만들어 찬불가 보급에 힘썼다. 사진은 불교합창 페스티벌 모습.
여러 스님과 불교 전문가들 노력으로 많은 찬불가가 작곡됐고, 각 종단에서는 불교합창단을 만들어 찬불가 보급에 힘썼다. 사진은 불교합창 페스티벌 모습.

종교와 음악은 아주 밀접하다. 이런 상황은 중국에서도 인도에서도 그리고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음악의 경우는 대부분 기록된 악보가 남아있지 않아 그 원형을 짐작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점은 공통이다. 우리는 이런 특징을 ‘시경’의 ‘송(頌)’에서 읽을 수 있다. ‘송’은 주나라 노나라 상나라 등의 종묘에 모셔진 조상신에게 올리는 제사 때에 사용되던 가사이다. 엄숙하고 신비로운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성경’의 ‘시편’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종교 음악의 특징이 많이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꼽으라면 역시 가사에 있다. 불교음악도 역시 그렇다.

이렇게 종교 음악, 범위를 좁혀 불교 음악 쪽으로 들어와도 그 특징이 가사라는 점은 역사가 말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불공’과 ‘시식’ 의례를 보더라도, 그 의례에 사용되는 가사들은 많은 경우 경전에서 유래한다. 때문에 부처님이나 보살님께 올리는 찬탄이나 발원이나 참회나 공양에 사용되는 가사는 정확한 전달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음률의 예술성도 중요하다.

세월 속에서 종교 음악도 가사와 음률을 기록할 필요가 생겼다. 물론 기억으로 충분하게 잘 구전되던 시기는 기보법이 필수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대중화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전달의 보조수단으로 기보법은 필수불가결이 되었다. 지금처럼 ‘5선’으로 음률을 기록한 것은 많이 거슬러 올라가봐야 서양의 11세기 정도이지만, 음률의 기록 행위는 그 이전부터 존재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불교음악도 ‘동음집(同音集)’이라는 기보법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가사집도 만들어졌다. 조선 경종 3년(1723)에 지환 스님에 의해 ‘법음집’이, 다음에는 순조 2년(1826) 백파 스님에 의해 ‘작법구감’이 만들어졌다. 이 모두 불교의례에 있어서 가사와 음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격조 있게 의례를 올리기 위함이다. 일제 때인 1931년에도 진호석연 스님에 의해 ‘석문의범’이 출판되어 지금 까지 유통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전통도 의례에 대한 훌륭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진행되는 ‘운곡(韻曲)’은 너무나도 통일성이 떨어진다.

고도로 숙련된 특정 범패승만이 낼 수 있는 ‘그’ 어장(魚丈) 만의 고유한 ‘그’ 소리야 최상이다. 필자의 경우는, 한문으로 되었지만 그 가사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고, 소리를 조금 낼 수 있고, 또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재장(齋場)’이야말로 ‘종교적 체험’의 현장이다. 그런데 그런 분이 집전하는 법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는 만나기 쉽지 않다. 대부분 신도들의 경우는 ‘일상’에서 올려지는 불공을 통해 신앙생활에 동참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일상적인 의례가 ‘사시불공’이다. 

‘사시불공’의 운곡은 이미 어장들 사이에는 통일되어 있다. 가사는 물론 운율도 일정하다. 그런데 문제는 말사나 본사의 현장에서는 그 멜로디가 사용되지 않고, 부전스님의 개성에 맡겨진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의례에서의 음악은 반복과 재현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절에서 하는 게 다르고, 저 절에서 하는 게 다르고, 또 같은 절이라도 부전스님 바뀌면 또 달라진다면 그것은 문제이다. 송주할 때는 ‘송주성’으로, 거불할 때에는 ‘거불성’으로, 유치할 때에는 ‘유치성’으로 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는 ‘욕건이성’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회의 장엄한 품격이 떨어진다.

매일 올리는 ‘사시불공’만이라도 종학(宗學)의 차원에서 멜로디를 채보(採譜)하고, 부전 또는 지전 자격증을 발행하던지 해서 소리가 되는 사람을 배치시켜야 할 것이다. 모여서 연수교육을 하는 방안도 있다. 이미 어장들의 전문성과 인력은 각 종단마다 차고도 넘친다. 이런 우수한 자원을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격조 있는 법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운곡을 활용해서 정기법회를 하는 ‘사시불공’을 보자. 그 유래에 대해 현 학계에서는 설왕설래한다. 이 점은 차치하고라도 ‘욕건이성’으로 소리 갈라놓고 ‘정법계진언’하고 마지쇠 쳐서 바로 공양을 올렸던 것이 지난 세월의 전통이다. 이미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형상이 전각에 앉아계시어 삼보가 갖추어졌으니, ‘거불’도 ‘청사’도 ‘헌좌진언’도 생략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이 모여 상의하면 결론이 쉽게 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종단적인 결단과 실행이다.

기왕에 이야기를 한 김에 ‘송주’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하여 종단의 결단을 바란다. 이 시대에 부합하고, 그리고 종단의 종지종풍을 잘 선양할 수 있는 경전이나 조사스님들의 말씀이 많은데, ‘천수경’만 송주해야겠느냐는 것이다. 4대주 중에서 선종에서는 ‘능엄주’만 숭상했던 자취도 있고, 한편 ‘정토주’가 주로 외워진 자취도 있다. 종단에 따라 달리했던 역사전통이 있다.

종단의 특성에 맞게 간화선을 종으로 하는 선종이면, ‘법화경’을 종으로 하는 천태법화종이면, 그 종단의 설립 정신을 선양하고, 또 특정 주제와 그 기간을 정하고 하는 법회이면 그에 알맞은 경전을 수시로 지정해서, 한 자에 한 박씩, 그것도 우리말로 하면 알기 좋고 듣기 좋지 않을까? 게다가 최근 ‘불교성전’도 발간했으니, 그 중에서 일부분을 독송하면 좋을 것이다.

현대에 유행하는 ‘찬불가’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이제는 종학의 차원에서 종단적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저 멀리는 일제 때에 백용성 스님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그 사이 여러 스님들과 또 불교계 음악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많은 노래가 작곡되었다. 또 종단 별로 각 사원에서는 불교합창단을 만들어 보급에 노력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고 보급한 ‘찬불가’를 불교의 정규 의례 의식 순서 속에 어떻게  활용할까? 또는 하고 있는가? ‘삼귀의’와 ‘사홍서원’은 이제 그 사용에 있어 일정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 밖의 많은 ‘찬불가’를 법회나 기도회 어느 순서에 사용할까에 대해서 종단적인 통일성이 없다. 전례 음악은 순서가 엄격하고 규격이 있고, 그에 따르는 교리적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런 반성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간다.

끝으로, 법회 참여 대중의 노래를 만드는 것은 문법이 아니라 동참한 신도들의 공감이다. 이와 더불어 고민해야 할 것은 다수의 동참 대중과 소수 예술인의 공존이다. 예술인의 공존은 불교의 음악 인력 저변 확산에 매우 중요하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하의 경우처럼 경건성만 있으면, 불교음악의 내부로 수용하는, 그리고 가사를 중시하는 종교 음악의 특성을 살려 불경에 입각한 가사를 붙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음악대학 졸업생을 수용할 기반을 마련하자.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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