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기자명 희유 스님

1500만 명이 반려동물 키워
이동 돕는 ‘펫택시’도 등장
사람·동물 더불어 사는 세상
생명 존중 실천 더욱 중요해

반려동물을 운송하는 업체와 어르신 일자리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요즘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분의 1인 약 591만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약 15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렇게 숫자로 이야기하면 와닿지 않지만 내 주위에 10명이 모이면 그 가운데 2~3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들이 아프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 자동차가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속히 늘다 보니 이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펫택시’가 생겨나고 그 ‘펫택시 드라이버’를 어르신들의 일자리로 개발하기 위해 모 업체와 협력에 나선 것이다. 

업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어르신 가운데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자동차가 있는 분이라면 도전이 가능한 일자리란다. 기업에서는 반려동물 이동 드라이버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 이수 후에는 프리랜서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어르신들에겐 적합한 일자리가 아닐까 싶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시대이니 이런 일자리 시장도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신행 상담을 해보면 불살생계에 대한 상담이 적지 않다. ‘일체 생명 있는 것들을 죽여선 안 된다’는 보살오계(五戒)의 첫 번째 덕목인 불살생계(不殺生戒)에 대해 불자들이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스님, 부처님께서는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죽이지 말라고 하셨는데, 집에 바퀴벌레가 들어와도 죽이면 안 되나요? 모기가 앵앵거려도 잡으면 안 되나요?” 등의 질문들을 한다. 나 역시 여름에 모기에 물리면 가렵고 전염병의 위험도 있으니 잡곤 한다. 물론 모기를 잡을 때 ‘요 나쁜 놈 내가 죽일거야’라는 마음으로 잡지는 않는다. ‘금생은 모기의 몸으로 왔지만 얼른 몸을 바꾸어 태어나라’고 하면서 극락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해주기도 한다. 그러고도 마음에 남아 있는 감정의 찌꺼기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개차법으로 위안을 삼곤 한다. 

부처님께서는 계를 잘 지키라고 이렇게 지범개차법(持犯開遮法)을 일러주신 것은 아닐까? 

지범개차법은 계를 지키는 데 있어서 개(開)와 차(遮), 즉 열고 막는 법이 있음을 말한다. 하지 말라는 금계(禁戒)를 그대로 지키는 것이 지(持)이고, 하지 말라는 계율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 범(犯)이지만 더 큰 선행을 위해 작은 것을 범한다는 의미다. 이런 지범개차의 예는 많다. 사슴을 사냥하던 사냥꾼이 나무꾼에게 사슴이 어느 방향으로 갔느냐고 물었을 때 나무꾼이 사슴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은 계를 범한 것이 되지만 사슴을 살리고자 하는 자비심에서 한 거짓말인 것이다. 비록 거짓말을 하더라도 사슴의 소중한 목숨을 보호하는 것이니 거짓말을 안 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가 된다. 이런 것이 바로 지범개차법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반려동물을 들였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학대하거나 방치해서는 안된다. 

희유 스님

부처님께서는 정(情)이 있는 모든 것은 다 불성이 있으니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가끔 뉴스에서는 재개발 지역에 버리고 간 반려동물들이 이제는 도리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펫택시 드라이버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선배 시민이 되어주시길 기대한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