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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졌다

아재와 꼰대들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제1야당 대표로 36살의 이준석씨가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듯 스쳐 지나간 생각이다. 기성세대가 타성에 젖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2030 혹은 MZ세대들이 저만큼 훌쩍 커버렸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거침없는 직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실력은 이준석과 그 또래들의 치명적인 무기다. 못마땅하면 진다. 영리하게도 그들은 ‘공정’한 ‘공존’을 내세운다. 아무것이나 녹이는 용광로가 아니라 색깔 있는 고명들이 제각각 고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을 외친다.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다. 얄미울 정도로 스마트하다. 그러면서도 90도 폴더인사로 꼰대들의 쭈뼛거림을 머쓱하게 만들어버린다.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만만치 않은 내공이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은 미래의 수기보살(受記菩薩)들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싸가지가 맞고 꼰대가 틀렸다. 꼰대들은 하부구조가 완전히 바뀐 디지털 환경에서 농경사회의 낡은 상부구조를 들먹이다가 시대의 변방으로 내몰릴 운명에 처했다. 장유유서도 중요하지만 말을 내뱉는 순간 한심한 늙은이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고 젊음에 아부할 것까지는 없다. 격려를 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기꺼이 응원한다면 그들도 어디서나 어른들을 깍듯이 모실 것이다. 당돌한 자신감은 청춘의 훈장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때로는 조마조마하고 가끔은 불안해도 부족한 부분은 어른들이 보듬어주면 된다. 굳이 혀를 찰 일은 아니다. 찌질하게 보이는 것은 두 번 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파워가 사회를 움직인다. 달라진 시간을 여전히 이전의 사고로 지배하려는 것은 반문명의 연장에 불과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부모 세대는 자식들의 병풍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그 대가로 우리는 당면한 도전을 겁 없이 헤쳐나가는 2030과 MZ세대의 뛰어난 재능을 시청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어른들의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모가 자식의 성공을 기대하고 지원하는 것은 쓸쓸한 퇴장이 아니라 행복한 여유다. 젊은이들을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이 불안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굳이 부모를 찾지 않는다. 문법이 다르다. 곧바로 휴대폰으로 해결 방법을 검색한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부모들은 똑똑한 자식들로 키운 것을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넉넉함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묵은 경험은 새로운 비전을 대신할 수 없다. 부모가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때 아들딸들도 양육의 고마움을 알게 될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은 자식의 성장을 부모가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온다. 2030이나 MZ세대는 부모들처럼 눈치 보거나 주눅 들어 살지 않았다. 그래서 당당하고 건방지다. 에너지가 넘치니까 저절로 생기가 돈다. 보는 우리도 덩달아 힘이 난다. 뜬금없이 그게다 누구 덕이냐고 훈계하려고 한다면 그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성세대가 계속 가르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낯설어도 배울 준비를 할 때다. 이전과 달리 요즘 어른들의 말은 겨우 맞거나 아주 틀린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들이 성장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사회경제적 조건이 세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준석 현상은 뻣뻣하고 거들먹거리는 꼰대세대를 외면하는 2030과 MZ세대의 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그가 물꼬를 튼 이 유쾌한 반란은 비단 정치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단위에서 시대교체의 욕구가 분수처럼 표출될 수도 있다. 종교계도 예외일 수 없다. 누구에게나 변화는 두렵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명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불자들의 혜안이 요청된다. 새삼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이 고맙다. 덧붙여서 선거 때마다 가치투표를 해왔을 뿐 특정 정당의 지지자가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 두고자 한다.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hnk@dongguk.edu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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