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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과 속 걸림없던  부대사의 진면목

  • 불서
  • 입력 2021.06.28 15:01
  • 호수 1591
  • 댓글 0

부대사어록
석영곡 스님 역주 / 민족사
560쪽 / 4만원

원효·경허처럼 걸림 없었고
황제마저 존경했던 선지식
행적·사상·가르침 모든 자료
한권의 책으로 번역해 출간

“밤마다 부처님을 안고 잠들며/ 아침마다 역시 함께 일어난다네. 다니거나 머묾에 늘 서로 따르고/ 앉거나 누움에도 함께 머무네.”

부대사(497~569) ‘심왕송(心王訟)’의 유명한 구절이다. 굳이 힘쓰지 않아도 결코 불법에서 벗어나지 않은 깨달은 이의 허허로운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본래 부처인 우리의 미혹함을 깨우치는 자애로운 가르침이기도 하다.

부대사의 삶과 어록을 우리말로 번역한 ‘부대사어록’이 출간됐다. 부대사는 ‘금강경’을 해설한 다섯 스님의 가르침을 모아 엮은 ‘금강경오가해’ 속에서 만나 볼 수 있는데, 부대사의 전기와 가르침까지 한꺼번에 대중들에게 선보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부대사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부대사(傅大士)라는 존칭에서 느껴지듯이 승(僧)과 속(俗)을 오갔던 재가존숙이면서 또한 빼어난 조사였다. 마치 원효 스님과 경허 스님처럼 세간과 출세간에 걸림이 없었지만 법력과 깨달음은 별처럼 빛나 황제까지도 존경했다. 이런 이유로 부대사는 달마대사·지공화상과 더불어 양대삼대사(梁代三大師), 즉 남조 양나라 시대 세분의 대사 중 한명으로 추앙받았다. 

일본 조죠지(增上寺) 소장 부대사 진영. 
일본 조죠지(增上寺) 소장 부대사 진영. 

부대사는 24세에 불법에 귀의했는데 송산에 숨어 살며 수행했다. 후에 스스로 ‘쌍림수하당래해탈선혜대사((雙林樹下當來解脫善慧大士)’라 호를 짓고 아내와 함께 채소와 과실나무를 가꾸었으며 품팔이를 하면서 밤에는 불법을 펼쳤다. 부대사는 출가하지 않고 백의를 입고 머리를 기른 채 한 마리의 물소처럼 천하를 쏘다녔다. 당시 승가는 민중의 위에 올라 권위 위의 권위를 누리고 있었다. 따라서 광야에서 부대사의 행원은 더욱 빛났다. 부대사는 불심천자(佛心天子)라 불리던 양무제를 불교에 귀의시켜 중국 불교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금강경’을 좋아했던 양무제를 위해 부대사가 황실의 법좌에 올랐는데 주먹으로 강단을 크게 치고 내려왔던 무설법문인 ‘양구하좌(良久下座)’ 일화는 이후 양구화 공안의 시작을 알렸다. 부대사는 번뇌가 즉 보리이며 생사가 곧 열반이라는 불이선(不二禪)을 강조하며 중생제도에 평생을 바쳤다.

책은 총 3편으로 구성돼 있다. 1편은 선혜대사록(善慧大士錄)으로 부대사의 행적과 법문, 부대사 사상을 잘 보여주는 시게(詩偈)와 비문 등이 담겨있다. 2편은 누소 서문, 명나라 송림의 ‘잠계별집’에 실려 있는 제선혜대사록후(題善慧大士錄後) 등을 수록했다. 3편에는 ‘양조부대사송금강경(梁祖傅大士頌金剛經)’이 실려 있다.

역주자 영곡 스님은 조계종 수좌로 선원에서 안거수행하고 해제 때는 신도들에게 경전 강의나 번역을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 현재 경남 산청에서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선어록을 번역하며 한가한 무사인(無事人)의 길을 걷고 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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