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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총림 릴레이 평등 법석

  • 기자칼럼
  • 입력 2021.06.28 16:46
  • 수정 2021.06.29 18:2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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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법상에 오른 스님 중에 제가 세납이 가장 어릴 겁니다. 많은 대중 앞에서 법문을 한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떨렸고 물론 지금도 떨립니다. 법문을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 6월4일, 금정총림 범어사 보제루에서 봉행된 관음재일 법회에서 범어사 포교국장 해륜 스님이 법문을 시작하며 밝힌 소회다. 현재 40대 중반으로 출가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범어사 대중법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님은 50분가량의 법문 시간에 그동안 꼼꼼히 준비한 내용을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중간중간 법회에 참석한 어른스님과 불자들의 박수도 이어졌다. 

최근 범어사에서 젊은 법사스님들의 법문이 인기를 모은다. 그간 범어사 대중법문은 수행이 깊고 경전에 밝은 노스님들이 주로 맡았다. 그런데 주지 경선 스님의 제안으로 올해 음력 2월부터 지장재일과 관음재일 법회 때 국장스님들이 릴레이로 법문을 하도록 했다. 젊은 스님들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총림대중, 불자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에 따라 총무국장 보운 스님을 시작으로 교무국장 범종, 재무국장 원여, 사회국장 여공, 포교국장 해륜 스님이 잇따라 법석에 올랐다.

스님들은 처음엔 법문 맡기를 주저했다. 어른스님들이 많은 총림에서 대중법석에 오르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바쁜 소임 중에도 법문 준비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어떤 스님은 법문 준비를 위해 자료를 찾고, 원고를 준비하느라 몇날 며칠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매달렸다는 후문도 있다.

그 때문인지 불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법회에서 만난 한 노보살은 “젊은 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수 있어 신선했다”며 “앞으로 모든 국장스님들의 법문을 다 듣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국장단스님들의 지장·관음재일 릴레이 법문은 주지 경선 스님과 사중 어른스님들의 배려와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경선 스님은 “법문도 수행과 포교의 과정”이라는 지론으로 젊은 세대라 할 수 있는 국장단스님들이 법좌에 오르는 것을 기꺼이 결정했다.

강남 제일 포교도량을 일군 구룡사 회주 정우 스님은 젊은 시절 어른스님들의 배려로 통도사 법좌에 오른 경험을 늘 마음속에 새기며 법회에 임하고 포교의 원력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정치권도 젊은 세대의 소신과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국민의 시선을 이끄는 시대다. 젊은 스님들을 위해 법석을 펼친 범어사의 시도는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환영할 일이다.
 

‘금강경’에는 ‘시법평등 무유고하(是法平等 無有高下)’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법은 평등해 높고 낮음이 없다’는 말이다. 불교는 평등의 종교다. 범어사 어른스님들의 배려와 젊은 스님들의 열정이 모여 이뤄지는 릴레이 법문이 불자들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감로법이 아닐 수 없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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